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⑩

시계아이콘01분 3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⑩
AD


웃자고 한 개똥철학이었지만 동철의 말 속엔 깊은 피로가 묻어있었다. 삼십대 중반의 나이란 청춘의 황혼기여서 가만히 있어도 피곤한 나이였다. 늘 웃고 떠드는 그였지만 그의 속에도 남모를 외로움이 있을 것이었다.
‘망명정부라니....’
그렇지 않아도 하림 역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미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 오래 전이었다. 혜경이와 결혼한다 하여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요즘 들어 혜경이 자신부터가 더 힘들어하고 있었다.
언젠가 어떤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생에는 리바이벌이란 게 없어. 일수불퇴야.’
그리곤 그는 외항선을 타고 어디론가 흔적 없이 떠나버렸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마다가스카른가 어딘가 하는 곳에서 그곳 여자와 결혼해 작은 한국식 국수집을 차리고 살고 있다고 했다. 80년대 학번인 그는 자신의 청춘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자기 친구 중에는 그 시절 몸에 불을 지르고 교내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도 있으니, 살아남은 자는 언제나 불행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그들은 바뀐 세상에서도 밀려나 괴로운 자신의 짐을 혼자 지고 어딘가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 터였다.
돌아오지 않는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 그들은 얼마나 불행한가.
하림은 잠자코 술잔을 들며 생각했다.
한때 그 역시 그 선배의 영향을 받아 세상이 바뀔 거라고, 아니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남몰래 그 선배들이 읽었다는 불온서적을 읽었다. 러시아의 혁명가들과 중국의 혁명가들, 눈벌판을 헤치고 얼음 강을 건너며, 오로지 혁명을 위해, 위대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살아갔던 사람들.
이제 그런 세상은 없다. 단결할 만국의 노동자도 없으며, 새벽별을 바라보며 산을 기어오르던 남부군의 세상도 없다. 거리를 뜨겁게 달구었던 짱돌과 화염병과 최루탄의 눈물겨운 현장도 없다. 잠시 등장했던 촛불도 꺼진 지 오래였다. 모든 것은 조용히, 아주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남은 것은 정신적 폐허 위에 공허하게 흔들어대는 싸이의 말춤 밖에 없었다.
동철은 안경을 고쳐 쓰며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언젠가 상해로 놀러갔다가 임시정부 청사 있던 곳에 들렀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버글거리며 찾는 곳이지. 좁고 비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김구 선생 계시던 방도 있고, 탁자가 놓인 회의실도 있어. 그리고 벽엔 흑백 사진들이 걸려 있지. 당시 우리나라 망명객들의 사진 말이야. 그런데 그 사진 유리에 오버랩 된 나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아, 싶었어. 사진 속의 그 분들의 얼굴에 비해 형편없이 이지러지고, 비굴한 유리에 비친 내 얼굴. 순간 뭐랄까. 잘난 독립국 대한민국의 잘난 후손 황동철이 겨우 이 얼굴인가 싶었다구. 순간, 와락 눈물이 쏟아지려구 했지 뭐냐.”
그래서 생각해 냈다는 것이 망명정부란다.
그런데 어디에다 그런 망명정부를 세운다는 말인가.
달라이 라마 사는 동네 곁에다....? 내 마음의 망명정부....?
후후.
하림은 혼자 속으로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림은 왠지 마음 한쪽이 바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허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보면 지금 그들은 저마다 망명정부를 세우고 있는 지도 몰랐다.
문득, 혜경이 미장원 이층에 있는 ‘영산 철학원’ 영감이 떠올랐다.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