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승기 기자]
금호패밀리랜드 해양전시관 관리 부실… 관람객 ‘눈살’
“엄마! 여기 물고기가 죽어 있어요.”
최근 아이들과 함께 아쿠아리움(해양전시관)을 찾은 한 가족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전시관 내에 있는 물고기들이 죽은 상태로 버젓이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족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제법 큰 규모의 해양전시관이기에 잔뜩 기대감을 갖고 찾았다. 태평양이나 아마존 등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해양 동물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행복했다.
그러나 기대감은 얼마 가지 못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도중 기대감은 점차 사라지고 실망만 지속됐다.
급기야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딸이 죽은 물고기를 보며 “어디가 아픈지 움직이지도 않고 등이 굽은 채 누워 있다”며 “불쌍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를 지켜본 엄마는 딸에게 까닭 없는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지난 휴일(31일) A씨 가족은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금호리조트에서 운영하는 호남 최대 규모의 놀이시설인 광주 금호패밀리랜드를 찾았다.
이곳에는 지난 2005년 8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개관한 전국 4번째 규모의 대형 해양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해양전시관은 관리 소홀 등으로 방치되면서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수족관의 물고기는 죽어 있고, 텅 빈 채 먼지만 수북한 수족관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최근에 내린 눈 탓인지 전시관 한 벽면에서는 물이 흘러내려 도색이 벗겨지고 마감재는 뜯겨졌으며, 물이 고이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는 수건을 깔아 놓아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전시관 내부의 조명시설도 그리 좋지 않아 침침한 가운데 해양 동물들에 대한 이름이나 설명이 없는 수족관도 여럿이었다. 이 때문에 물고기 이름을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어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나 다름없는 전시장 입구에는 안내하는 직원이나 관리인도 없었고, 출입구 위에는 찢겨진 현수막 막대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A씨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아쿠아리움으로, 개관 당시 호남은 물론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 전시관이라고 해 큰 기대를 걸었는데, 직접 보고나니 너무 실망스러웠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의 다양한 생태 체험을 위해 대기업과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패밀리랜드 관계자는 “물고기를 수입해 오기 때문에 죽더라도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며 “개관 당시만 해도 지역 내에서 큰 관심을 끌었으나 입장객 감소 등으로 운영이 힘들어져 다소 미숙한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1200㎡(400여 평) 규모에 달하는 해양전시관은 2005년 8월 개관 당시에는 150여 종의 각종 해양 동물들이 전시돼 큰 인기를 끌었었다. 우리나라 어종인 쉬리부터 아마존의 열대우림,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극지방에 사는 펭귄까지 다양한 해양 동물들이 있다.
해양전시관 입장료는 어른 9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7000원이며, 금호패밀리랜드 1일 평균 입장객은 1800여 명으로 한 해 55만여 명이 찾고 있다.
장승기 기자 issue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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