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다. 자민당 집권 시 강력한 경기부양과 함께 과감한 금융완화 실시로 일본 경제가 엔저 기조로 이행될 것으로 보여 국내 기업들도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코트라 발간한 '일본 총선 전망과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 및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올 하반기부터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3·4분기에는 -3.5%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침체된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해 공공투자 확대 중심의 경기 부양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디플레이션 탈피 및 엔고 시정을 위해 일본은행과의 공조해 적극적인 금융완화 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이 시행될 경우 엔화 가치 하락 및 기업 실적 개선을 통한 주가 상승 등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자민당의 금융완화 정책 추진으로 일본 엔화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일본 주요 연구소들은 총선 직후에 달러당 83~86엔 수준을 보이고 내년 4월에는 84~87엔에 머물다가 같은 해 12월에는 86~90엔 수준까지 엔저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산 제품의 대(對)일본 수출은 전반적인 일본 경제상황 호전에 따른 수요 증가 효과를 볼 전망이다.
민주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자민당은 무제한적 관세 철폐를 전제로 한 TPP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또한 한중일 FTA 추진도 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코트라가 일본종합연구소와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등 민간 싱크탱크를 접촉한 결과 "자민당이 TPP에 부정적이고 적극적이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보수성향의 자민당 집권으로 일본은 과거사·영토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외교 분야에서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국과의 마찰이 더욱 커지면서 올해 중국 등과의 갈등이 재연되거나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경제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일본은 지난 9월 중국과의 영토분쟁 당시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중국 내 일본상품 불매운동으로 인적·물적 교류에서 피해를 입었다.
공공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은 자민당 집권 시 철강·기계산업 등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해외 기업에도 공급 확대 기회가 커질 전망이다.
경기부양책 실시로 경제 회복세가 실현되면 자동차 및 산업기계 등 제조업 분야의 철강 수요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공공투자 확대로 건축·토목 분야 철강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철강제품 수입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부품은 엔저에 힘입어 일본산 자동차의 수출이 확대되면서 한국산 주문자위탁생산(OEM) 부품에 대한 구매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완성차업계의 시급한 과제는 엔고 대책이다. 자민당 집권으로 적극적인 엔저 정책이 예상돼 일본 수출기업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일본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에는 가격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돼 수출 확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동석 코트라 시장조사실장은 "총선 이후 일본의 최대 과제는 경기 부양이며 향후 일본 경제의 회복 여부는 한국 경제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전반적으로 엔화 약세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이에 대비한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