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 지난달 31일 개봉 후 영화 ‘늑대소년’이 국내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다. 제작비만 1억 달러(한화 약 1080억)에 달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브레이킹 던 part 2’와 순위 싸움에서도 엎치락뒤치락이다. 제작비 규모만 본다면 대략 30대 1의 싸움이다. 과거 영화 속 대사로 유명한 ‘17대 1’의 싸움을 가뿐히 넘어선다. 어떻게 대등한 경쟁이 될 수 있을까.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브레이킹 던 part2’는 20일 하루동안 10만 346명을 동원하며 1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129만 1851명. 반면 ‘늑대소년’은 같은 날 9만 5915명을 끌어 모으며 2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528만 3868명이다. 순위 싸움에선 한 계단 밀렸지만 순위 상으로 불과 5000여명 차이 뿐이다. 실질적으로 완승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늑대소년’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사실 ‘늑대소년’은 개봉 전 흥행에 대한 보장성에서 한 발 동떨어져 있었다. 국내에선 성공 가능성이 낮은 판타지 코드의 멜로란 점과 주연 배우들의 스크린 인지도 때문이다. 특히 ‘꽃미남’의 대명사로 통하는 송중기가 야수성을 가진 ‘늑대소년’이란 사실에 고개가 갸우뚱했다. 소녀적인 이미지가 강한 박보영이 송중기를 보듬는 상대역으로 출연한단 사실도 위험요소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뒤 결과는 달랐다. 송중기의 여린 이미지가 2030세대 여성팬들의 모성애를 자극한 것이다. 일부 팬들은 영화 공식 홈페이지에 “송중기 같은 늑대소년이라면 10명 아니라 100명이라고 키우겠다”며 큰 호응을 보냈다. 물론 송중기의 연기도 한몫했다. 송중기는 대사를 철저하게 줄이고 몸동작만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했다.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에 극의 몰입도는 더욱 올라갔다. 여기에 그가 출연 중이던 ‘착한남자’와의 캐릭터 변별력이 더해져 ‘늑대소년’의 흥행이 이어져 갔다.
‘과속스캔들’로 소녀와 코미디적인 이미지로 굳어진 박보영은 이번 영화에서 작지만 강한 모성애의 연기를 이끌어 냈다. 특히 감성 연기로 극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끌고 온 연기 동력을 선보이며 배우로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까지 마련했다.
무엇보다 ‘브레이킹 던’과 달리 ‘늑대소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한국적 감수성을 전달한 동화적 스토리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들이 연합한 전쟁이란 소재와 달리 ‘늑대소년’은 동화적인 얘기를 밑바탕에 깔면서 남녀의 멜로 스토리로 이끌어 가 가을 정취와 맞아 떨어졌단 흥행 포인트 분석도 있다. 이 같은 흥행 포인트는 여성 관객들을 극장가로 이끌며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이 영화의 성별 예매율은 여성이 64%, 남성이 36%로 여성이 두 배 이상이다.
올해 초 ‘건축학개론’이 복고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멜로 영화사상 최고 흥행 결과를 가져왔다. 이미 ‘건축학개론’의 기록을 가뿐히 넘어선 ‘늑대소년’이 어디까지 흥행할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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