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자신과 대화할 수 없는 사회

시계아이콘01분 41초 소요

[충무로에서]자신과 대화할 수 없는 사회
AD

'자신과 대화할 수 없습니다.'


회사에서 쓰는 메신저에 실수로 필자 본인을 지정하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뜬 문구다. 이를 보고 한 직원이 얘기한다. "너무 냉정하네요. 저 같으면 차라리 '요즘 힘드신가요?'라는 문구를 넣었을텐데…." 웃고 넘어갔지만 내내 그 문구가 마음에 남는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과 대화할 수 없는 사회가 아닌 자신과 '밖에' 대화할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 힐링이 대세다. 예능부터 여행상품, 서적, 인문학강의에 이르기까지 온통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위안을 얻는데 목적이 있다. '몸과 마음의 치료'라는 원래 뜻이 무색할 정도로 요란한 감이 있기까지 하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마음 의지할 곳이 없다는 방증일 것이다.


얼마 전 신문지면을 어지럽혔던 강력 범죄들도 마찬가지다. 자매를 살인하고, 여의도 한복판에서 칼부림을 한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임에 마땅하지만, 그들이 왜 그런 '괴물'이 됐나를 보면 안타깝다. 몇 년간 집 안에서 꼼짝 않고, 누구 하나 찾아주지 않고, 가족마저 외면한 상태. 주위의 평을 보면 온순하고 조용했다는데,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여도 마음은 곪아갔던 것이다. 소위 은둔형 외톨이로 다른 사람과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고 지내다 그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교류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본성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은둔형 외톨이 범죄자들은 이것이 완전히 막힌 상태였다. 누구보다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최근 서울시만 해도 1인 가구 수가 4인 가구 수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가정' 하면 떠오르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의 단란한 모습이 더 이상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카페나 식당을 가면 1인석이 갖춰져 있고, 심지어 '혼자 식사하기의 최고봉'이라는 1인용 공간이 생기고 있단다. 혼자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 또는 '무연고사'가 늘어나면서 고인의 유품을 대신 정리해 주는 업체까지 생겼다. 20년 후에는 셋 중 한 명이 혼자일 것이라는 예측까지 더해져 '은둔형'까지는 아닐지라도 '외톨이'가 사회적으로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현대인들의 고독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진정 '힐링 캠프' 밖에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문제, 직장 문제 등 여러 이유로 비록 생활패턴은 혼자일 수밖에 없어도 '사회적 관계' 자체를 포기하지는 말라고 한다. 혼자 살더라도 동호회나 모임, 취미생활 등을 통해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라는 것이다. 군중 속의 고독한 섬으로 남지 말라는 충고다. 그러나 이는 개인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정부가 소외계층을 돌보고 복지정책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직원 수가 늘어날수록 개인보다는 '팀원'이나 '구성원'이라는 그룹으로 대하기 쉽다. 불황이다 뭐다 해서 회식도 많이 줄어든 요즘, 특히 젊은 직원들은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어 방황하다 업무능률이 떨어지거나 아예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다반사다. 공장가동률이 중요하던 산업사회처럼 개인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지식사회,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성과 몰입이 중요한 사회다. 한마디로 사람 가동률이 중요한 시대다. 기업들도 코칭이나 멘토링처럼 개인에게 관심을 쏟는 HR 기법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 리더들도 부하 직원 한 명 한 명이 어떤 비전과 고민, 어려움이 있는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그래서 자신과만 대화할 것이 아니라 남과 대화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사회. 이것이 미래 모습이기를 바란다.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