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정거래위원회가 로펌(법무법인)이나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직원들이 많아 어수선하다고 한다. 불공정거래 담당 서기관이 대기업 계열사 임원으로, 담합행위 담당 사무관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는 식이다. 이렇게 이미 이직했거나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공정위 직원이 줄잡아 10명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는 공정위가 연말에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할 예정이어서 아예 이직을 결심한 사람이 여럿이라고 한다. 자녀교육 등이 그만두는 이유다. 거주지와 직장 선택은 각자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다. 최근 이직하는 공정위 직원들은 대부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중하위 직급에 해당된다. 따라서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정당화해 봐도 뒷맛은 개운치 않다.
공정위는 경제검찰이라고 불리며 시장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중요한 정부 부서다. 이런 부서의 직원들이 다소의 경과기간도 두지 않고 곧바로 고소득이 보장되는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줄줄이 옮겨가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로펌이나 대기업이 개인적인 능력만 보고 그들을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로펌이나 대기업에 가서는 대부분 공정위에 대한 로비나 공정위 조사에 대응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맡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들로 인해 공정거래 규제체제가 허술해질 수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일제히 경제민주화와 공정위의 기능 강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공정위 직원들의 이직 속출에 배경이 된 것 같다. 당연히 로펌과 대기업으로서는 공정위에 대한 로비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로펌과 대기업의 장삿속과 공정위 직원들의 사리사욕 추구가 찰떡궁합처럼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이는 이유다.
공정위는 4급 이상 간부 중에서도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유난히 많은 부서다.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한 공정위의 4급 이상 간부 24명 중 절반 이상인 14명이 그런 식으로 이직했다. 공정위 출신자의 민간부문 재취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제안한 대로 직급과 담당업무별로 퇴직 후 유관업체 취업 제한기간을 '영구제한, 2년 제한, 1년 제한' 등으로 달리하여 설정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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