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 가격에 숨겨진 '전략'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선 주택 판매자들은 숫자 ‘7’ 포함된 가격을 선호한다. 아시아계 주민 사이에선 매매가에 숫자 ‘4’가 들어가는 주택은 꺼린다. 주거용 부동산 판매 가격이 철저히 ‘숫자게임’에 의해 좌우되는 셈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부동산 포털사이트 ‘트룰리아’ 조사 결과를 인용, 로또처럼 부동산 업계에서도 미신이 깃든 ‘숫자 게임’이 한창이라고 소개했다. 주택가격에 포함된 숫자가 매매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트롤리아가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 나온 주택의 매물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아시아계가 인구의 절반 이상인 도시에선 가격에 ‘8’자가 들어간 가격은 20%에 달했다. 하지만 아시아계가 소주인 도시에선 숫자 ‘4’가 포함된 주택은 4%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인이 다수인 도시의 경우 100만 달러 이상의 주택가격에 ‘8’이 포함된 경우는 37%였다. 중국어로 숫자 ‘8’은 부유함을 뜻하는 ‘부(富)’와 발음이 비슷하고, ‘4(사)’의 경우 죽음을 의미하는 ‘사(死)’와 발음이 같은 탓이다.
아시아계만 숫자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네바다주에선 숫자 ‘7’이 세 개가 들어간 주택가격이 미국의 다른 지역 보다 세 배나 많았다. 미국에서 ‘성서 벨트’라 불리 우는 서부지역에선 매물가에 ‘316’이 포함된 경우가 다른 지역 보다 27% 높았다. 주민의 대다수가 기독교 신자인 만큼 ‘요한복음 3장16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이 지역에서 악마의 숫자를 대표하는 ‘666’이 들어간 매물도 다른 지역 보다 39% 많았다. 미국 전역에서 숫자 ‘13’이 포함된 매물은 ‘12’나 ‘14’가 들어간 경우 보다 15% 적었다.
고가 주택의 경우에는 ‘5’가 포함된 매물이 많았다. 100만 달러 이상의 주택에 ‘5’가 들어간 경우는 55%로, 100만 달러 이하의 26% 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숫자 5의 경우 1~9까지 숫자 중 중간값이 만큼 가격 결정에 머뭇거리는 매도자가 가장 많이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100만 달러 이하의 매물은 절반 이상(54%)이 ‘9’가 포함됐다. 상품 가격이 종종 19.99 달러로 책정되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숫자 ‘8’에 대한 중국인들의 집착은 집 주소에도 반영되는 양상이다. 화교가 밀집한 캐나다 벤쿠버에선 중국인들이 ‘8’ 포함된 주소의 주택을 웃돈을 주고 매입하기도 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연진 기자 gy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