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때마다 장기간 일본서 경영구상
위기경영·인사혁신·비전자계열글로벌화 구상 예고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베트남과 중국을 방문한 뒤 일본으로 향한 이건희 회장의 귀국이 늦어지면서 그의 일본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재계 및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이 11월 초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이번 출장은 올해 총 6번의 출장 중 가장 기간이 길다. 일본에서 체류하고 있는 기간도 가장 길다.
통상 이 회장은 주요 출장일정을 마친 뒤 일본으로 향해 일주일 정도 체류하며 지인들을 만나고 경영구상을 해왔다. 가장 길었던 시기는 지난 5월 초 유럽 경기 침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다며 나섰을 때다. 당시 이 회장은 약 2주 정도 일본에 머물렀다.
재계는 이 회장의 일본 출장이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그만큼 위기감이 반영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이 회장이 고민하고 있는 경영구상의 난제는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위기경영' ▲경영진 '인사' ▲비전자 계열사의 '글로벌화'가 그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 초부터 '위기론'을 강조해왔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삼성전자 경영진들에게는 "방심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관련해선 "생각보다 나쁘다"고 분석했다.
재계는 40년 전인 지난 1983년 이 회장이 고 이병철 선대 회장과 함께 일본 도쿄에서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시장 진출에 나섰던 것처럼 내년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실상은 스마트폰 덕"이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 휴대폰으로 이어지는 기존 사업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이 회장의 가장 큰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 인사도 이 회장의 경영 구상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5월 유럽 출장 뒤 삼성그룹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장을 최지성 부회장으로 교체한 뒤 크고 작은 인사들을 수시로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정기 인사는 어느 때 보다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기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완제품 부문을 총괄하는 DMC 부문장의 선임이다.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DS(부품) 부문을 총괄할 뿐 DMC 부문은 직접 관여하진 않고 있다. 따라서 정기 인사를 통해 DMC 부문장이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현 체재로도 큰 문제는 없지만 TV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든 기기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어 전사적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DMC 부문장이 선임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3남매의 승진 여부도 주목된다.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부터 이부진 사장이 맡고 있는 사업 규모가 더 커질 것 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서현 부사장 역시 사장 승진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비전자계열사의 글로벌화도 이 회장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삼성그룹이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아직 내수사업 비중이 크다.
이 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최 부회장을 선임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비전자계열사의 글로벌화라는 점에서 내년부터 미래전략실이 본격적인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선 새로운 전환기가 필요하다"면서 "그룹 전체의 고른 성장과 삼성전자가 가진 글로벌 역량을 전 계열사로 확대하기 위해 미래전략실의 역할도 계속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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