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기관 기업들, 몇 등급 올려주는 프리미엄 사라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청와대 프리미엄요? 재취업만 해도 다행입니다."
최근 퇴직하고 정부 산하 기관ㆍ일반기업 등에 취업한 청와대 전직 직원들이 현직때보다 낮은 직급에 임용되는 경우가 잦다. 예전에 '청와대 출신'이라면 몇 등급 더 올려주던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이다.
실제 얼마 전 퇴직한 3급 행정관 A씨는 정부 산하 기관의 팀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공무원으로 치면 5급직에 해당되는 자리였다. A씨는 청와대를 나오면서 2계급이나 강등된 신세가 됐다. A씨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자신의 연령ㆍ경력과 안정성, 취업난 등을 고려해 취업을 결심했다. 다른 한 4급 행정관 B씨도 모 기관에 채용됐는데, 본래 직급보다 2단계 아래인 6급 직원으로 임용됐다.
올해 초 청와대 3급 행정관을 그만둔 C씨는 일반 기업에 급을 낮춰 취업한 케이스다. C씨는 D기업의 차장급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예전같았으면 C씨 같은 3급 행정관 정도만 해도 중앙부처 과장ㆍ광역지자체 국장급의 고위직과 같은 급으로, 정부 산하 기관이나 일반 기업체에 취업할 때 부장ㆍ임원급 대우를 받았다. C씨는 하지만 이보다 1~2단계 낮은 실무팀장급에 머물렀다.
이처럼 최근 청와대를 퇴직한 이들이 이전보다 낮은 직급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예전에 비해 권력기관의 눈치를 볼 필요가 많이 줄어 든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위주의 시절 정부 산하 기관ㆍ기업들이 청와대 출신들을 '프리미엄'을 주고 데려간 것은 경력ㆍ업무 능력 외에도 권력기관과의 인맥ㆍ연결고리 만들기, 눈치보기, 알아서 기기 등 때문이었는데,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럴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 기업들은 청와대 경력을 우대하긴 하지만 이전보다 연령ㆍ커리어 등을 '냉철하게' 판단해 사람을 데려가고 있다.
이와 함께 당초에 별정직ㆍ정무직을 중심으로 청와대 직원들의 직급이 연령·경력에 비해 상당부분 '인플레'가 있는 점, 최근의 심각한 취업난 등도 '청와대 프리미엄' 실종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예전처럼 청와대 출신이라고 무조건 고위직으로 채용되거나 하지 않고 나이ㆍ경력 등을 감안해 적정한 직급으로 채용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퇴직한 직원들 사이에선 경기 불황에 취업난으로 실업자 신세만 되지 않아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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