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국내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이 계열사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을 통해 담배를 판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9개, 소진세 코리아세븐 대표는 50개 점포의 담배소매인으로 등록돼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 의원이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코리아세븐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직영점과 가맹점 4422개가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았는데 이 중 20%인 891개 점포의 담배소매인이 실제 담배를 파는 가맹점주가 아닌 세븐일레븐 회사이거나 전, 현직 회사대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담배사업법 제16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7조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담배소매인은 ‘점포를 갖추고 담배를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자에게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 하도록 되어있다.
신 회장을 비롯해 코리아세븐이라는 법인명으로 등록된 891개 점포는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사업자이기 때문에 담배소매인 지정은 당연히 가맹점주가 돼야 한다. 그러나 코리아세븐은 계약서를 통해 '담배소매인 지정은 코리아세븐 명의로 한다'는 조항을 둬 담배판매권을 확보해왔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롯데가 직접 담배판매권에 손을 댄 이유에 대해서는 경쟁 편의점의 주변 입점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우세하다. 담배 소매인 지정 업소에서 50m 안에는 다른 담배 가게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도 한 이유다. 지난 5년간 세븐일레븐의 매출액 중에서 담배는 전체 매출에서 평균 40%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븐일레븐 전체 매출액 1조6862억원 중에서 담배 매출액은 6413억원이었다. 더구나 담배는 다른 상품의 판매를 유도하는 매개 상품의 역할을 하고 있어 편의점 영업에서는 매우 중요한 상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김영주 의원은 “대기업에서 소규모 자영업자를 상대로 불공정 약관을 강요하고 심지어는 대표적인 소매품목인 담배판매권까지 강탈하며 사업을 해왔다”며 “공정위는 지금 당장 편의점 프랜차이즈 분야에 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전면 조사를 실시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에 근거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법인을 담배 소매인으로 지정한 점포는 가맹 본부가 임차권까지 갖고 실질 사업자로 있기 때문에 법적인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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