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경제 위기를 이유로 지난해 사임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75)가 내년 봄에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지통신은 베를루스코니가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방송에 출연해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로써 임기 내내 온갖 성추문과 비리 의혹에 경제위기가 겹치며 낙마했던 베를루스코니의 재기설은 막을 내리게 됐다. 그는 최근까지도 독일, 유로화를 비난하는 등 현 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해 차기 총선 출마가 유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불출마 이유에 대해 "좌파에 대항하는 중도 세력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국민당(PDL) 안젤리노 알파노 사무총장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발언이 있기 전날 중도 우파 연합을 위해 베를루스코니가 출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차기 총리에 대해서는 "몬티 총리의 연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달 몬티 총리는 뉴욕에서 열린 외교회의에서 "내년 총선 이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차기 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의 불출마 선언은 아직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이탈리아 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달 본인 소유의 지하 동굴이 있는 호화 별장과 수영장이 공개되면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여전히 그에 대한 이탈리아 인들의 분노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베를루스코니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로마에 모여 있던 수천 명의 군중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그의 퇴장을 반긴 바 있다.
김재연 기자 ukeb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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