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전철 개통됐다고 얼어붙은 심리가 당장 풀리지는 않을 것 같다. 문의만 좀 늘어난 수준이지 매매계약이 늘어나거나 하는 변화는 아직 없다."
왕십리에서 선릉역을 잇는 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된 다음날인 7일 왕십리역 인근을 찾아보니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손님 한 명 없이 조용했다. 지하철 개통이라는 호재가 있었지만 부동산시장은 꿈쩍도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통상 지하철이 새로 개통하면 주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게 마련. 그러나 교통편과 함께 취득세 감면이라는 겹호재까지 함께 작용했지만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몰리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왕십리역은 분당선 개통으로 총 4개의 전철노선이 통과하는 곳이 됐다. 중앙선과 2호선, 5호선, 분당선이다. 이에따라 기존 도심과 외곽을 이어주는 철도망과 함께 서울 강남 접근성도 크게 좋아졌다. 분당선으로 두 정거장이면 압구정로데오역에 닿을 수 있다. 2호선 선릉역까지는 다섯 정거장 거리다. 지금까지는 버스나 전철을 타고 크게 돌아가야 했다.
왕십리역에서 1분 거리에 있는 S공인중개소 대표는 "추석이 지나고 문의가 오가고 있어 기대를 했는데 집을 보러 온다든지 하는 매수세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분당선 개통이나 세금감면 효과를 체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 것 같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사람이 많다"면서 "대선 이후로 매매를 늦추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왕십리역에서 가장 가까운 500여가구의 행당삼부아파트 마지막 거래일은 지난 9월4일로 급매물인 전용면적 122㎡ 아파트가 6억7000만원에 팔렸다. 이전에 거래된 물건은 4월 5억500만원에 팔린 전용면적 84㎡로 매매거래 공백기간이 길다.
인근 또 다른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요즘엔 일이 별로 없어서 소일거리로 부동산에 나오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그가 다루는 주로 다루는 삼부아파트의 전세거래도 8, 9월에 각각 한 건뿐이었다.
그는 "왕십리역의 경우 이미 3개 노선이 지나가는 곳인데다 분당선 개통을 한창 앞두고 이미 2008~2009년께 아파트값이 오른 상태여서 개통이라는 뉴스로 인해 집값이 들썩이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도 "비싼 강남 집값을 부담하지 못해 밀려나는 사람들이 왕십리 쪽으로 오지 않을까 본다"고 전했다.
분당선 개통의 간접 수혜지인 행당역 쪽 부동산들은 아예 불이 꺼져 있었다. 왕십리역에서 지하철 5호선으로 한 정거장 거리인 이 곳은 6000여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행당한진타운아파트, 금호동벽산아파트, 행당대림1단지아파트, 행당역풍림아이원, 두산위브 등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다. 부동산도 길가에 줄줄이 늘어서 있다. 그러나 문을 연 업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공인중개소들이 주말에 단체로 쉬기로 한 것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지하철 개통과 세금 감면 등 각종 호재를 감안하면 주말이라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의외의 모습이었다. 부동산 벽면에는 급매를 넘어서 '특급매' 물건들이 비일비재했다. 행당역 인근 M공인중개소 대표는 전화를 통해 "손님이 워낙 없다 보니 주말에 문을 열어도 소득이 없어서 휴일엔 문을 닫아놓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당선 개통으로 교통이 더 편리해졌고 세금 감면의 호재도 있지만 8월보다 9월 거래가 더 줄었고 아직까지 문의도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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