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위한 신용등급 부여도 포기
50대업체 부채도 2008년 보다 4.6조 많아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중대형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이 최악으로 치달으며 '제2의 극동건설'에 대한 공포감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공시 실적이 있는 시공능력 상위 50대 건설사 중 8곳이 자본잠식 단계다. 벽산건설, 풍림산업, 남광토건은 자본금을 까먹고 부채로 버티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여서 증권거래소는 관리종목으로 지정해놓고 있다.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이 되고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진다.
또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이 87.2%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진흥기업(42.2%), 동아건설산업(4.8%), 한일건설(78.2%), 삼호(6.8%) 등 5곳이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기업은 적자가 커질수록 자본금을 소진하고 자본금이 바닥나면 도산하게 된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중단 등으로 건설사들의 수주와 매출전망은 녹록지 않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대형 건설사들의 어려운 상황은 부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50대 건설사의 부채는 6월 말 현재 157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전인 2010년 말(153조3000억원)보다 4조6000억원 많은 것이다. 이 기간 삼성물산 부채가 8조9000억원에서 13조7000억원으로 증가한 것을 비롯해 건설사 31곳의 부채가 늘었다.
시공능력 16위의 금호산업 부채비율은 6월 말 현재 2899%였다. 또 49위의 한일건설은 1423%, 34위 삼부토건 1045%, 50위 울트라건설 761%, 40위 동양건설산업 725% 수준이다. 중대형 건설사들의 누적 부채도 심각함을 보여준다.
더욱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까지 막힌 건설사들도 적잖아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에서 건설사 회사채를 외면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신용등급조차 받지 못하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건설사에 한해 신용평가 등급을 부여하는데 올해는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들까지도 발행을 유보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 건설사 회사채만 주로 편입하는 바람에 신용등급 'BBB' 이하인 건설사는 회사채 발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건설업체들의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여전히 낮다는 데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0.6포인트로 전월 보다 11.6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100포인트를 한참 밑돌았다. 지난 8월에는 59.0으로 2010년 8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8월 건설기성은 작년 같은 달보다 7.3% 줄었고 건설수주는 29.9% 급감했다. 건설기성은 조사 대상 기간에 이뤄진 시공실적을 나타내고 건설수주는 기간 내에 공사를 따낸 물량이다. 경기선행 성격을 띠는 건설수주마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발주하는 대형 공사를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 전반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좁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공사를 수주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기 위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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