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배경 인천 만석동 쪽방촌 개발
[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작가 김중미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2000)은 인천의 사실상 마지막 남은 '쪽방촌'을 소재로 쓰여졌다. 인천 앞바다에서 멀지 않은 인천 동구 만석동 9번지 일대(2만246㎡)가 그 무대다. 소설은 얼기설기 얹어진 슬레이트 지붕 아래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희망을 그려냈다.
인천 쪽방촌의 '대명사'로 불려온 괭이부리말의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00년 초 괭이부리말은 조선인 20~30가구가 사는 그저 한적한 마을이었다. 그러다 1932년 '동일방적'(현 동일방직)이 들어서고 5년 뒤 '조선기계제작소'(현 두산인프라코어)가 자리 잡으면서 괭이부리말은 노동자들의 숙소가 됐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진 뒤로는 황해도민들의 피난처였고 산업화 과정에선 농촌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의 거주지였다. 괭이부리말 이야기는 그대로 20세기 근대 인천사였다.
한 세기 만에 괭이부리말이 대대적 정비사업으로 새롭게 탈바꿈한다. 26일 기공식을 시작으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통째로 '밀어버리는' 여느 재개발과는 다르다. 골목골목 100년 역사의 흔적들을 살리는 이른바 '현지보존형' 개발 방식이다.
전체 부지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부지에만 임대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85%에선 기존 주택 개량사업이 추진된다.
인천시는 괭이부리말의 상징처럼 돼있는 슬레이트 지붕을 전부 걷어내고 낡은 집과 골목을 말끔하게 정비할 계획이다. 임대 아파트는 지금 집이 너무 낡아 개량이 어려운 가구 등을 위한 것이다. 전용면적 18~38㎡ 짜리 98가구 규모로 건축된다.
괭이부리말 개발은 인천에선 하나의 '실험'이다. 한 때 212곳에 달했던 재건축ㆍ재개발 구역과 달리 사업의 시작부터 주민 재정착에 가장 큰 중점이 두어졌다. 사실상 주민 대부분이 개발 후에도 다시 이 곳에서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지 일부에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집들은 '고쳐 쓰도록'하는 현지보존형 개발도 전국에서 처음 채택된 방식이다. 인천시는 괭이부리말 개발을 현재 한계에 부딪힌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출구전략'의 모델로 삼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괭이부리말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민의 생활환경을 크게 개선한다는데에 사업의 의미가 크다"며 "괭이부리말이 전국적으로 하나의 모델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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