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한 동안 잠잠했던 인천공항공사 지분매각 문제가 또 다시 불거져 나왔다. 정부가 25일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에 지분매각 대금 4400억원을 세외수입으로 포함시키면서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현 정부 아래에서 공항 지분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지난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지분매각에 필요한) 관련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고 설사 법이 통과돼도 일정 상 지분매각은 다음 정부의 몫"이란 요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지분매각을 전제한 세외 수입 예산안이 짜여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는 "계속된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확보 차원"이라는 입장 정도만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지분매각을 임기 말에 어떤 형태로든 매듭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가 예산안에 지분매각 대금을 포함시킨 건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정부의 지분매각 예산안은 앞선 세 번의 국회 심의에서 모두 무산됐다. 거센 반대여론 때문이었다. 국가 기간시설인데다 해마다 서비스 수준 세계 1위를 기록 중인 인천공항을 국내ㆍ외 민간자본에게 매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반대 측의 명분이었다.
올해 19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론 지분매각 반대여론이 더 거세진 상태다. 지난 6월 무소속 정진후 의원은 동료 의원 11명과 함께 지분매각의 근거법인 '공기업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 폐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가장 최근엔 지난 24일 토니 타일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장도 한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에서 민영화된 공항 중에 성공한 사례를 아직 보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이 경제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연말 국회 법안ㆍ예산심의 과정에서 또 한 번 찬반 격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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