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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페이스]DFS 창시자 '척 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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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수십억佛 익명 기부…자신은 빈손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어느 무더운 여름 오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휴스턴 역에서 한 노인이 개찰구로 나왔다. 그는 이제 막 아일랜드의 남서부에 있는 리머릭 대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신문뭉치가 담긴 비닐봉투를 손에 쥔 남루한 차림의 이 노인은 리머릭 대학교에 거의 1억7000만 달러(1990억원 상당)를 기부한 아일랜드 출신 억만장자 척 피니(81)다.


척 피니는 면세점 듀티 프리 쇼퍼스(DFS)의 공동 창업자다. 대공황이 전 세계를 덮친 1931년 미국 뉴저지주 엘리자베스에서 아일랜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에 복무했다. 이 때 경험을 토대로 대학 졸업 후 미 군함에 면세 술을 팔기 시작했고, 이후 세계 각국의 주요 항구와 공항에 점포를 늘려갔다. 그의 사업은 일본 경제 성장과 맞물리면서 급성장했다. 주머니가 두둑한 일본인들의 해외여행이 늘면서 면세점에서 돈을 펑펑 쓴 탓이다.

미국의 일간지 포브스가 1988년 조사해 공개한 DFS의 연매출은 거의 16억 달러에 달했다. 포브스가 당시 추정한 하와이 DFS의 연매출은 2만 달러였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1㎡당 3만8700달러로, 애플 매장 보다 7배나 더 매출을 올린 셈이다. 당시 피니의 재산은 13억 달러로 추산돼 포브스의 재산 순위 31위에 올랐다.


하지만 피니의 현재 재산은 200만 달러(22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30년간 남몰래 기부한 탓이다. 세상에선 아무도 몰랐다. 1996년까지 포브스의 세계 부자 순위 23를 기록했던 그는 이미 1984년 아틀란틱 자선재단을 만들어 자신의 면세점 지분 38.75%를 넘겼다. 75억 달러에 달하는 이 기부금은 그동안 62억 달러가 사용됐다. 미국과 호주, 베트남, 남아프리카, 아일랜드 등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과 과학, 의료 사업에 쓰였다. 2016년까지 나머지 13억 달러가 모두 사용되며 2020년에는 재단도 문을 닫는다.

기부 방법도 독특했다. 다른 부자들이 자선 활동을 언론에 알리려 애쓰는 것과 반대로 그는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름이 밝혀지면 지원을 끊겠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수혜자들이 마피아의 돈으로 의심했을 정도다. 기부 사실이 알려진 것은 1997년 피니가 루이뷔통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LVMH에게 DFS의 지분 일부를 넘기면서다. 피니의 전 재산이 아틀란틱 재단 소유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피니의 삶은 지금도 검소하다. 자동차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비행기도 3등석만 고집한다. 아일랜드의 더블린과 호주의 브리스번,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머물 때 이용하는 아파트는 재단 소유다. 뉴욕에서 지낼 때는 딸의 집에서 신세를 진다. 전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비행기 2등석 타고 다닐 정도의 유산인 1억4000만 달러만 남겼다.


이 같은 통 큰 기부는 많은 재벌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재벌계 기부의 왕으로 꼽히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척 피니가 나의 롤모델”이라고 할 정도다. 피니가 악착같이 재산을 모은 이유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서다. 피니는 최근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저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을 도울 때 행복하고, 돕지 않을 때 불행합니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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