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정부부처 출입기자를 지내면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다고 되돌아보는 추억이 있습니다. 과천청사와 광화문에서 각각 한 번씩 기자실이 없어져 짐을 쌌다는 건데요.
지난 2003년 정부의 정부중앙청사 통합 브리핑룸 제도 도입을 발표했을 당시,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출입기자였던 기자는 크리스마스 직후인 그해 12월 28일 저녁 마감을 끝낸 뒤 책상에 있던 짐을 종이 박스에 담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청사 1층에 마련된 통합브리핑룸에 마련된 새로운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100석 이상 되는 거대한 공간에는 히터가 가동되지 않아 입김으로 손을 녹여야 할 만큼 추웠습니다.
처음 도입한 제도라 발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는 참아낼만 했지만 본의 아니게 셋방살이를 했던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재경부를 중심으로 브리핑룸이 운영되다보니 좋은 좌석은 모두 재경부 출입기자들에게 배정됐고 산자부, 농림부 기자들은 맨 뒷자리에 몰렸습니다. 또 재경부 브리핑은 그 자리에서 하고, 심지어 국정감사 방송도 틀어줬지만 산자부, 농림부는 이게 허용이 안돼 옆에 마련된 별도 브리핑룸으로 가야했지요. 한 기자는 “서럽다”는 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이사는 2007년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 시행에 따라 부처별 기자실이 폐지된 때였습니다. “기자들이 기자실에 틀어박혀 앉아 기사를 담합한다”는 누군가의 말씀 뒤에 일어난 일인데요. 그 때 기자는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에 출입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코 앞인 상황에서 이러다 말겠지 하고 마음을 놓았고, 국회의원들이 직접 정통부를 방문해 유영환 장관에게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설득까지 했지만 그해 가을 예정대로 기자실은 없어졌습니다. 대선이 끝난 후 기자실은 다시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 정부의 정통부 폐지 발표를 접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마지막 정통부 출입기자가 된 당시 주인공들은 ‘유랑극단’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금도 가끔씩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22일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로 이전합니다.금융위가 생긴 뒤 처음으로 갖게 되는 자기 집이라 직원들은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입니다. 덕분에 기자도 또 다시 이삿짐을 꾸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그래도 좋은 일로 가는 것이고, 또 금융감독원 기자실도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쫓겨난다는 기분은 아닙니다.
갖가지 사연 속에 “간다”, “못간다“는 주장이 팽팽했는데 어쨌건 이사로 결정됐습니다. 연인들처럼 어깨를 마주치며 나란히 앉아 한 곳을 같이 쳐다봐야 한다는게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한 지붕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친구처럼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보는 사이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동안 놓쳐왔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찾아낼 수 있으니까요. 대선 후 정부직제 개편에 따라 두 기관이 다시 합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남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이번 이사가 양 기관에게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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