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작년 7조3000억 매각.. 증가세 이어질 전망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채의 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부실채권(NPLㆍNon Performing Loan)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환이 어려워 매각을 거듭하다가 결국 '바닥'으로 떨어진 NPL을 둘러싼 불법추심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NPL 매각규모는 지난 2008년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조3000억원으로 3년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은행권은 2009년엔 4조2000억원, 2010년엔 6조3000억원의 부실채권을 각각 털어냈다. 은행권의 NPL 매각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는 2조7000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나, NPL 매각이 4분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내 기업ㆍ가계대출 및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각 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회사들이 NPL을 자체보유 하면서 채권추심업체에 위탁, 여신을 정상화하기 보다는 매각을 선택하는 추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이나 여신전문회사에서 매각된 이후 시장에 나온 NPL은 원래 채권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등 대형 채권사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 매각된다. 대부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서 나온 물량들이지만 신규 가계 부실채권도 2010년 3조8000억원, 지난해 4조1000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대부업체까지 밀려내려오거나 대부업체에서 자체추심을 포기하고 매각해버리는 NPL도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처럼 부채 '땡처리' 시장을 형성한 NPL 시장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상각과 매각이 반복되기 때문에 NPL의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다단계 구조의 밑바닥에 깔린 NPL 시장에서 불법추심 등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보다 투명한 유통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대부업체를 비롯, 개인도 대부업 등록만 마치면 채권추심을 비롯해 신용ㆍ담보대출, 일수, 어음할인 등을 할 수 있다. 개인을 포함한 국내 대부업 등록 건수는 9월 초 현재 1만여곳에 달해 현실적인 제재 및 감독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부업체 자체는 금융당국의 감독대상도 아니다. 몇년 전부터 신용정보 업체 종사자들이 추심업무 경험을 토대로 개인사업자로 나서면서 업계는 더욱 무질서해 진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계에서 거래되는 NPL은 대부분 원래 채권가의 2~3% 수준을 형성한다"면서 "법정최고 이자율이 39%로 낮아진 이후 신용대출 사업만으로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많은 업체들이 NPL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추심에 대해선 피해사례를 접수받아 지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NPL을 통해 거래된 채권에 대해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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