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조합원 찬반투표 두차례 연속 부결
한국GM, 잠정합의안 후 마찰 심화…투쟁 장기화
[아시아경제 이은정ㆍ박민규 기자] 노노 간 갈등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노사의 임단협 잠정협의안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두차례 연속 부결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일부 사업장에서 노노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4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 잠정협의안에 대해 지난달 30~31일 각 공장별 조합원 총회에서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찬성 49.1%, 반대 50.6%로 부결됐다. 지난달 초 1차 투표에 이어 또다시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다만 1차 투표 때(61.4% 반대)보다는 반대비율이 줄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인천ㆍ포항ㆍ당진 세 공장이 통합해 임단협을 벌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마찰이 있었다"며 "성장통을 겪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올해 임단협 잠정협의안은 ▲임금인상 9만4900원(5.4%) ▲성과급 300% ▲일시금 700만원 ▲생산촉진격려금 190만원 ▲휴직기간 18개월로 연장 ▲내년 연말부터 정년 60세로 1년 연장 ▲의료지원비 한도 2000만원으로 상향 ▲육아휴직 1년 부여 ▲내년 6월말까지 직장보육시설 설치ㆍ운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황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하지만 올해 만 59세인 1953년생 원로 직원들이 정년 연장 대상에서 제외된 점 등에 대해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 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현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 집행부가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새 집행부를 꾸린 뒤 처음부터 다시 사측과 협상을 벌이자는 것이다.
모회사인 현대차가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9만8000원 인상(5.4%) 및 성과급 500%+960만원에다 45년 만에 밤샘근무를 없애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점도 현대제철 노조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준 것으로 보인다.
통합노조 집행부는 2차 투표 부결이라는 사태로 혼란에 빠진 내부 분위기를 수습해 올해 첫발을 내딛은 공동투쟁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GM 노사 또한 올해 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에 이은 노노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달 13일 잠정합의안 도출 이후 이에 반발하는 노조원과 집행부 결정을 두둔하는 노노간 마찰이 빚어졌다. 같은 달 17일 조합원 찬반투표가 81.3%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된 이후에도 열흘 가량 투쟁방향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나오지 않는 등 내부 노노갈등 봉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잠정합의안 부결 후 처음으로 진행한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이 생산물량 이전을 시사하고 나서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GM 안팎에선 노사가 어렵게 협상을 재개했지만 노노간 갈등에 이은 생산물량 이전 가능성 까지 제기되면서 임단협 투쟁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졌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노노갈등이 심해지면 노조 간 주도권 경쟁을 하면서 노조 자체가 강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사 관계가 최근 몇년간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노갈등이 심화되면 노사관계가 부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전무는 또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사태들로 노사관계가 악화된다면 우리 경제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용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장은 "노조 집행부가 교섭 방침이나 합의한 교섭 내용에 대해서 존중하는 노조원 내부 풍토가 필요하다"며 "노노 간 갈등이 노사갈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풍토 역시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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