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예방,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예방 등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광폭행보를 두고 역풍의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역사인식 논란에 관한 입장정리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이런 움직임이 정치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근혜계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후보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솔직히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며 "나중에 가서 내용과 실질이 다르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야권에서 선수(대선후보)가 확정되고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것을 빌미로 '역사논란에 관한 입장은 하나도 안 변했는데 그렇다면 그간의 행보가 다 정치쇼였느냐'는 비난이 왜 안나오겠느냐"며 "거물 정치인의 파격적인 행보에는 책임과 부작용이 따를 소지가 항상 있다"고 지적했다.
5ㆍ16, 장준하 선생 타살 논란, 정수장학회 문제 등과 관련한 박 후보의 입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5ㆍ16과 관련해 박 후보는 지난 전당대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5ㆍ16을 혁명이라고 한 교과서도 있었고 군사정변, 쿠데타라고 한 교과서도 있었다"고 말하고 "(정치권이) 민생은 제쳐놓고 그것을 가지고 싸우고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말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 후보가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을 두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박 후보의)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 '참 나쁜 대통령'이라든지, 굉장히 상처를 내는 발언이 여러차례 있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진심으로 대통합의 행보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방문 이전에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는 메시지나 행동이 조금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박 후보가) 자기 것을 내려놓고 '같이 가자', 이렇게 해야 (통합이) 되는 건데 사실 지금까지 자기의 생각을 바꿨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며 "(광폭행보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약간 호들갑을 떠는 것이란 생각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한 인사는 "적어도 이명박 정권과는 다른 모습인 건 분명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사실 박 후보가 역사논란에 있어서는 수세에 몰려있는데 이런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최근의 행보를 결정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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