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금을 잘못 부과했다가 납세자의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 심판청구가 받아들여져 취소되거나 환급된 '부실과세' 금액이 지난해 크게 늘어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부실과세 금액은 전년보다 무려 63%나 증가한 1조 589억원에 달했다. 2007년 7396억원이었던 부실과세 금액은 현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6281억원, 2009년 5944억원으로 줄어들다가 그 뒤로 증가세로 돌아서 2010년 6510억원,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관행화한 행정용어인 '부실과세'로 지칭되는 세금은 사실상 '위법하거나 부당한 과세'이고, 납세자인 개인이나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세금'이다. 그럼에도 일단 부과되고 나면 납세자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적어도 세무서장이나 국세청장에 이의신청을 해야 취소 또는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이의신청 단계에서 억울한 사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그 다음 단계로 조세심판원에 대한 심판청구, 또는 국세청이나 감사원에 대한 심사청구를 거친 뒤에야 구제받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 개인이나 기업으로서는 관련 법률지식도 부족하거니와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게다가 부실과세는 국가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세수에 반영됐다가 부실과세로 판정되어 환급되는 금액이 지난해와 같이 1조원을 넘을 정도로 크다면 재정 운용에 적지 않은 혼선이 초래된다. 게다가 정부는 환급가산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불복하는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의 마찰과 갈등이 국가기관에 초래하는 행정력이나 비용의 손실도 크다. 물론 그 전에 부실과세 자체가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국가 공권력의 남용이다. 부실과세의 대부분은 헌법에 규정된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는 과세이며,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실과세 금액이 증가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현 정부 들어 초기 2년 동안 줄어들던 부실과세 금액이 3년차부터 증가세로 돌아서고, 특히 4년차에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하강과 4대강 사업 등으로 어려워진 재정을 수습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정부가 '균형재정 조기달성' 목표를 내세운 탓에 무리한 과세가 남발된 것은 아닌가. 국세청은 부실과세 급증의 원인을 분석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억제대책을 밝혀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