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최근 발표된 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남에 따라 중국 정부 당국이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않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이 심각하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 당국이 6월과 7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는 등 각종 부양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까지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소집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대출 장려에도 불구하고 7월 신규대출은 5401억위안(95조9417억원)으로 6월 신규대출 9198억위안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 역시 심각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7월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6월달에 11.3% 증가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된 것이다.
더욱 큰 우려는 이같은 부진한 경제 상황이 3분기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이치방크의 마준 중국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회복 과정이 느리게 진행되면서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언제쯤 회복세를 보일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침체라는 대외적인 악재 속에 국내 투자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억제책을 펼치면서, 그 영향이 부동산 시장을 넘어 산업생산량에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영 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준 금리 인하로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의 경우 7월 들어 줄어들었으며, 대기업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해 기존 부채 상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당국의 대출 확대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티은행의 허웨이성 중국 전략가는 "중국 투자 부분의 양대 축인 제조업과 부동산 모두 과잉생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투자 증가세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수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준 곳은 유럽이었다. 중국의 대유럽 수출을 1년전에 비해 16.2% 줄었다. 6월 10.6%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 수출 시장도 7월 들어서는 0.6%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들도 늘어나고 있다. ANZ의 류리강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부진한 지표는 인민은행의 경기 부양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급준비율 인하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서 공공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의 한 선임연구원은 "추가적인 대출만으로는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주된 정책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올해 가을 중국 지도부 교체가 예정되어 있어 재정정책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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