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한국 축구가 또 한 번 금자탑을 세웠다. 사상 세 번째 올림픽 8강 무대 진출이다. 한국은 2일(한국시간)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최종전에서 가봉과 0-0으로 비겼다. 1승2무(승점 5점)를 기록한 한국은 멕시코(2승 1무ㆍ승점 7점)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2004 아테네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이룩한 쾌거다.
주역은 '와일드카드' 박주영도, 주장 구자철도 아니다. 수장 홍명보 감독이다. '선수 홍명보'가 남다른 기량과 카리스마를 갖춘 존재였다면, '지도자 홍명보'는 믿음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설명되는 인물이다. 올해 초 대표팀이 부진할 당시, 그는 선수들에게 "내 마음 속엔 칼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해치는 칼이 아니다. 너희가 다칠 것 같으면 나 스스로를 죽이는 칼이다. 너희는 팀을 위해서만 뛰어라."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질 테니, 최선과 '일심(一心)'을 다 해달라는 당부였다.
실제로 홍 감독은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부진했던 박주영과 김보경을 스위스와의 2차전에서도 선발 기용했다. 그는 "사람들은 선수가 가장 잘 할 때만 기억한다. 중요한 건 좋을 때가 아니더라도 믿음을 주면 선수는 언제든지 해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대로였다. 박주영과 김보경은 나란히 골을 터뜨리며 스위스전 2-1 승리를 이끌어냈다.
홍 감독은 소통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권위적 태도나 강요는 없다. 축구와 생활 모두에서 최대한 자율을 제공한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을 한 명씩 찾아가 진심어린 조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칭찬을 통해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선수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심리적ㆍ정서적 측면까지 보듬어줘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소통은 존중과 배려로 이어졌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자연스레 끈끈히 뭉쳤다. 평소 홍 감독이 주장하는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가 완성됐다.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이런 팀은 늘 보유한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해왔다.
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언론과 도박사들은 '홍명보 호'에 대해 메달은커녕 조별리그 통과조차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은 가볍게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어느덧 다크호스로 인정받는다. 다음 목표는 사상 첫 준결승 진출과 메달 획득. 비록 조 1위에 주어지는 일정의 유리함은 얻지 못했지만, 어차피 덤으로 생각했던 대목이다. 한국에게는 '홍명보 리더십'이란 무엇보다 강한 무기가 있다. 전인미답의 꿈을 향한 홍명보호의 발걸음이 힘찬 이유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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