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부동산가격 하락이나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이 발생하면 한계가구의 부채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일 배포한 '가계부채 증가 원인 및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으로 한계가구는 전체 부채가구의 2.2%를 차지해 1년 전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이들 가구가 보유한 부채의 비중은 전체 가계부채의 7.3%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 감소했다.
한계가구란 부채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는 동시에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순자산이 음(-)인 가구를 말한다.
지난 1년간 한계가구의 비중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이들의 부채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한은은 우선 주택가격이 매년 5%씩 하락해 5년간 25%가 떨어질 경우 한계가구의 부채비중이 현재의 7.3%에서 10.7%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거시경제적 충격이 발생하면 한계가구의 부채비중이 10%대로 오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예금은행의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각각 4.4%포인트, 1.1%포인트 증가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6.4%포인트, 0.2%포인트 줄었고 주택매매가격지수는 13.1%, 1.1% 감소했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들이 한계가구의 부채비중을 크게 늘린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유동성 제약가구의 부채 증가율은 전체 부채 증가율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소득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은 신용공급측 요인에 의한 부채증가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주택가격 하락 등의 요인에 의해 한계가구의 부채 비율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만큼 한계가구와 이에 근접한 가구들에 대한 선제적 부채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가처분소득과 저축률 저하가 가계부채 총량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통해 주택가격 안정과 저축률 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은 경제연구원의 손종칠 전문연구원은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외부충격에 대한 경제의 대응력을 떨어뜨려 소비 둔화 등을 통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2000년 들어 크게 증가한 만큼 총량 수준에서 가계부채 비율의 안정화를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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