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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크로니클③]"아내 애인 되달라"던 남편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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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크로니클③]"아내 애인 되달라"던 남편 결국… 김내성 공포소설 '광상시인(1937)' 삽화(출처 :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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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내성은 우리나라 최초로 탐정 추리 소설을 쓴 소설가이다. 혹자는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에 그를 비교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듯이 김내성은 '마인' 등의 본격추리소설로 유명하지만 괴기스럽고 엽기적인 소설도 써왔던 것이다.

추적자에서 호연했던 배우 손현주는 김내성에 대해 "지독하지만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을 어두운 인간 심리를 사실감 있게 꿰뚫는 작가의 시선이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를 압도한다"는 서평을 했다.


손씨 말처럼 김내성의 괴기 소설은 인간들끼리 주고받는 심리전을 세세하게 파고 들어간다. 그의 괴기소설 '광상시인'은 여느 괴담 못지않게 읽는 이의 심장을 압박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나'는 아내를 잃은 아픔에 그날 밤도 그녀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헤매다 경성역 대합실에서 발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연히 3년전 M촌이라는 시골에서 만났던 한 사내를 만난다. 사내는 커다란 트렁크를 사이에 두고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3년전. '나'는 아내를 잃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전국을 떠돌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M촌의 풍경이 마음에 들어 그곳에 잠시 머물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멋드러진 '문화주택'을 짓고 아름다운 아내와 둘이 살고 있는 시인 추암선생을 만나게 된다. 함께 산보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등 부부사이는 좋아보였다.


하지만 그들과 처음 이야기를 나눈 후 며칠 뒤 '나'는 추암선생의 기이한 부탁을 받게 된다. 아내가 첫사랑이던 미술학도를 폐병으로 잃은 뒤 화가만 보면 마음이 설레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전 당신을 본 뒤로 아내가 상사병을 앓고 있다는 것.


추암선생은 그러면서 '나'에게 잠시만 아내의 남자친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나'는 매몰차게 거절하고 만다.


이 부부는 그후로도 예전과 변함없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추암은 아내를 업고 얼르며 노래를 불러주고 예전처럼 산보를 다닌다.


어느 밤 '나'는 산책을 나갔다 이들 부부가 사는 집을 지나게 되고 마당에 아내를 눕힌채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는 추암선생을 보게 된다.


추암의 권유로 집에 들어서게 된 '나'. 추암은 마지막 부탁이라며 사귀지 않아도 좋으니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한시간이라도 놀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정도는 별 문제 없겠다 싶어 추암의 아내에게 다가간 '나'. 그러나 아내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전력을 다해 집에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아내의 얼굴은….


이 소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괴하고 엽기스런 반전 장치가 나왔다 싶으면 이를 뒤집는 또다른 반전이 등장해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소설 말미에는 독자의 성격에 따라 미스테리에 대한 해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본 소설은 저작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료로 국립중앙도서관에 보존돼 있다. 하지만 김내성의 단편집이 출간돼 있으니 이 소설을 구해 읽을 이들은 아래 적은 '스포일러'를 읽지 않길 바란다.


(스포일러)
…그녀는 '회떡'처럼 사화장(死化裝)을 하고 있었다. 몸은 이미 차게 식은 지 오래였고 나는 공포에 질려 달아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3년후의 경성역 대합실. 추암선생은 아내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이야기한다. 처음 '나'에게 아내의 애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던 날 밤 이미 그녀를 죽였다는 것. 질투와 사랑이 뒤섞여 그를 미치게 했던 것이다.


추암은 곧 후회했고 그녀를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나'가 3년전 멀찌감치서 봤던 추암선생이 아내를 들쳐업고 산책하던 모습은 실은 시체를 업고 돌아다니던 끔찍한 광경이었다.


대합실 의자에서 이런 잔잔한 대화(?)를 이어가던 추암. 그럼 아내는 어디에 안장했냐는 내 질문에 그는 "실은 아내와 한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의아해 하는 '나'에게 그는 "아내와 구라파도 가고 미국도 가봤다"며 눈앞에 있던 트렁크를 가리킨다. "만약 아내의 얼굴이 궁금하다면..."이라며 트렁크를 열 찰나, '나'는 다시금 충격에 휩싸여 달아나고 만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 '나'가 집으로 도망치다 경성역으로 향하는 승용차 를 스쳐지나가면서 끝이난다. '나'는 그 차 안에 죽었다던 추암의 아내가 멀쩡히 살아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작가는 독자가 로맨티스트라면 차안의 여자는 추암 아내가 아닌 헛것을 본 것이며 엽기적이고 광기에 찬 사랑의 결말을 본 것이라고 해석하면 된다고 말한다.


또한 독자가 현실주의자라면 차안의 여자가 추암 아내가 맞으며, 3년전 사건은 '나'를 놀리기 위한 시골 부부의 기발한 시체놀이 장난이라고 해석하라고 하며 열린결말로 글을 맺는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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