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의 전반기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대폭 늘어난 관중과 처절한 순위 경쟁이다. 특히 팀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했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시즌 초 삼성과 KIA는 부진했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넥센과 LG는 선전을 거듭했다. 6월에 접어들며 상황은 또 다시 바뀌었다. 삼성은 안정을 찾아갔고 LG는 선수 부족을 뼈저리게 느끼며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프로야구는 마라톤과 같다. 계속 최상의 전력을 발휘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페이스 조절 실패는 흉작으로 이어지게 마련.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하는 특성상 선수관리, 부상 예방 등의 운영에 끊임없이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포스트시즌 티켓은 그래야만 얻을 수 있다. 그 속에서의 순위 경쟁도 중요하다. 그간 한국시리즈 패권은 거의 페넌트레이스 우승 구단의 몫이었다. 지난 5년 동안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특유의 독특한 포스트시즌 프로그램이 빚어낸 김빠진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어느 리그보다 페넌트레이스 순위 경쟁이 중요한 프로야구. 전반기 구단들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팀당 치르는 133경기 가운데 130경기를 치러도 안개를 걷어내지 못할 형국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포스트시즌 진출 구단을 꼽는데 어려워한다. 순항을 거듭하는 삼성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팀을 고르는데 모두가 주저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후반기 치러지는 초반 9연전은 각 팀들에게 무척 중요하다. 79경기를 소화한 삼성은 적당한 경기 수에 안정적인 전력을 갖춰 순항이 예상된다. 잔여 경기수로만 보면 나머지 팀들 가운데 가장 유리한 건 5할 승률로 6위를 기록 중인 KIA다. 가장 적은 76경기를 소화해 80경기 가까이 치른 다른 구단들보다 더 많은 반격의 여지를 갖췄다. 4위 두산은 5할 승률에 4승을 더 쌓았다. KIA에게 2경기는 그리 크지 않은 격차다. 후반기 덜 치른 경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순위는 충분히 뒤집어질 수 있다. 반면 81경기를 소화한 두산은 52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매 경기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할 처지다.
후반기 각 구단들은 연승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모든 팀이 그라운드에서 벼랑 끝 승부를 벌이는 까닭이다. 혹여 연패를 당한다면 이는 회복이 불가능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상 후반기 초반 9연전은 올 시즌 각 구단의 농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삼성은 SK, 넥센, 두산 등과 차례로 부딪힌다. 3개 구단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남긴다면 선수단은 1위 자리를 더욱 굳힐 수 있다. 한화, 두산, KIA 등을 만나는 롯데는 첫 상대인 한화전에서 부진할 경우 살얼음판 행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일정만 놓고 보면 넥센은 가장 가시밭길이다. KIA, 삼성, SK를 차례로 상대한다. 두산 역시 적잖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잠실 라이벌인 LG를 비롯해 롯데, 삼성 등 강팀들과 부딪힌다.
넥센, 한화, 롯데를 만나는 KIA는 초반 6경기에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 삼성, LG, 한화 등과 상대하는 SK는 9연전에서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팀의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 LG에게도 9연전은 더 없이 중요하다. 가을야구의 불씨는 두산, SK, 한화와의 9경기에서 6승 이상을 쌓아야만 다시 살릴 수 있다. 한화도 선수단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남은 시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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