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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나’와 ‘타이거 우즈’의 진정한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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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선의 골프 정담(情談)35 골프는 실수의 게임인가

‘케빈 나’와 ‘타이거 우즈’의 진정한 차이 ‘타이거 우즈’는 무려 15센티의 뒤땅을 힘차게 팠지만, 두번재 샷을 성공시키며 ‘골프의 황제’임을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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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멋지게 버디에 성공하며 시합을 기분좋게 마무리하기를 꿈꾸는 것이 바로 골프선수다.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도 깔끔하게 18홀을 치고 즐겁게 라운딩하는 것을 기대하며 필드에 나선다.


하지만 꼭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골프요, 또 그것 때문에 부단히 연습하게 되는 것이 골프다. 아침이면 새벽잠을 뿌리치며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나가는 것 역시 골프의 매력이다.

늘 기대와 설렘으로 라운드에 나서지만 역시나 자기의 핸디(핸디캡)를 속이지는 못한다. 열심히 버디를 낚아 놓고는 한 방에 날려버리기도 하고, 한두 홀에서 연속적으로 '난타'를 날려 스코어를 망쳐버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중요한 순간에 마치 기다렸다는듯 실수들이 툭툭 불거져나올 때다. 그야말로 눈물이 앞을 가리고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애가 탈 수 밖에 없다.

먼저 최악의 기록을 살펴보자. 2011년 4월 미국에서 열린 텍사스 오픈 첫날 9번 홀에서 ‘케빈 나’ 선수가 세운 ‘대기록’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오른쪽 숲 속으로 날린 티샷으로 시작된 난타는, 탈출을 시도하는 케빈 나 선수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만다. 심지어 멀쩡하게 서 있는 나무에 공이 맞아 선수에게 스치는 일까지 겹쳐 페널티까지 부과됐다. 그야말로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었을 것이다.


정신없이 9번째 홀을 마무리한 ‘케빈 나’ 선수는 “손에 감각이 없다”라고 했을 정도로 혼비백산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만 ‘케빈 나’ 선수를 능가하는 '최악'은 따로 있다. 바로 필드의 악동 ‘존 델리’ 선수다. ‘존 델리’는 1998년에 열린 베이힐 골프장 공식 시합에서 한 홀에 무려 18타를 친 엄청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프로선수 또한 사람이므로 실수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실수가 선수에게 치명타를 입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인기몰이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천하무적 ‘타이거 우즈’ 선수가 친 ‘대박 뒤땅 사건’이 한 예다. 베이힐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을 3번 우드로 잡은 ‘타이거 우즈’는 무려 15센티의 뒤땅을 힘차게 파고 민망하게도 190야드를 겨우 넘겼다. 하지만 두 번째 샷을 2번 아이언으로 쳐 250야드를 날려 온그린한 후 거뜬히 파(par)로 마무리를 했다. 비온 뒤 땅 굳는다고 실수가 오히려 ‘골프의 황제’라는 우즈의 명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가장 다른 점은 실수를 대하는 자세이다. 프로는 실수가 많지 않거나 실수를 해도 빨리 회복한다. 또는 버디를 뽑아내면서 실수를 거뜬히 만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시합 첫날 첫 홀에서 가볍게 오비(OB) 두 방을 내주고 시작하는 프로선수도 있다. 소니 오픈에서 ‘구슨’ 선수가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대다수의 경우, 첫홀 혹은 마지막 홀에서 OB를 내거나 많은 타수를 치는 일이 잦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 홀이라면 아마도 몸이 덜 풀렸거나 심리적인 압박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홀이라면 같은 압박이지만 몸이 덜 풀린 것이 아니라 긴장과 욕심이 무리한 샷으로 이어지기 때문일 공산이 크다.


가끔 TV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다 보면 “프로가 어떻게 저런 실수를 하나”라고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프로도 사람이니까라고 이해해주면 된다. 오히려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하는 얼마나 힘들까하는 그런 마음으로 프로들을 바라봐줘도 나쁠 것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많은 프로선수들이 스포츠 심리학자들과 상담하고 훈련을 거듭하면서도 여전히 '실수(失手)'라는 그물망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리다. 선수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는 상황은 어떤 때일까. 아마도 예선전 마지막 홀에서 퍼팅을 꼭 성공해야 컷을 통과하는 상황이나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을 애매하게 남은 퍼팅 거리로 우승이 결정될 때일 것이다. 또한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마지막 홀 성적에 따라 승패가 갈릴 때 일듯싶다. 필자도 하와이에서 시합 중 만난 엄청난 바람때문에 스코어가 엉망이 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제주 역시 바람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제주의 매서운 바람때문에 여러 선수가 실수를 연발한 기록도 눈에 띈다. 2007년 제피로스 골프장에서 열린 토마토 저축은행오픈 경기에서 한 홀에서 OB만 6번 내는 진기록이 터지기도 했다. 그 선수는 무려 17타수 만에 겨우 그 홀에서 홀아웃(Hole Out) 했다고 하니 아마도 등골이 서늘했을 터이다. 17이라는 스코어를 보면 ‘아니 무슨 프로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슬라이스 바람 앞에서 인간의 힘이 그냥 무너져버린 것으로 봐주면 좋을듯 싶다. 설령 프로라고 해도 그 역시 인간이다.


상금왕 ‘김대현’ 프로도 한 홀에서 12타를 치는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솔모로 골프장에서 열린 메리츠 솔모로 오픈 첫날 6번 홀에서 티샷 OB, 세컨샷 OB, 한 번 더 친 공이 OB. 결국 12타 만에 홀아웃을 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역사상 한 홀 최다 타수 기록은 ‘레이 인슬리’ 선수가 보유하고 있다. 1938년 US오픈에서 그는 무려 19타를 쳐서 일찌감치 대기록을 세웠다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74년이 훌쩍 지난 오늘, 70년 전 시합과 선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다.우리는 일반적으로 ‘벤 호건’ 선수 정도를 기억할 뿐이다. 만약 ‘레이 인슬리’가 한 홀에서 최다 타수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그 이름 자체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니 이 또한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또 포스트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프로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프로가 원치 않은 실수로 평생 남을 점수를 기록에 적어 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실수로 평균 점수를 깎아 먹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몸서리가 쳐진다. (프로선수들은 1년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이런저런 순위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따라서 어떤 구실이라도 찾아내 핑계를 대면서 라운드를 마치지 않거나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아 실격 처리됨으로써 최악의 기록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선수가 자신의 성적관리를 위해 하는 일이기에 잘잘못을 가리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최악의 스코어를 포스트함으로써 끝까지 시합을 마무리한 골퍼에게 그 스포츠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뜻이다. 스코어나 점수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인생을 즐겨라’라는 말처럼 골프도 그저 즐기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골프와 인생은 바늘과 실처럼 붙어다니는 사이다. 거기에는 늘 실수라는 몸종이 따라 붙는다.


‘케빈 나’와 ‘타이거 우즈’의 진정한 차이

※그동안 ‘여민선의 골프 정담(情談)’을 사랑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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