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선의 골프 정담(情談) 34 | 골프장의 색다른 살길 찾기
주중에도 골프장 부킹(예약)이 안 된다. 주말에 부킹할 수 있는 자는 능력가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 이야기다. 지금은 문 닫는 골프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도 대출금을 갚지 못해 얼마 전 문을 닫았다. 예상한 만큼 회원권이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짓는다는 허가를 받아 공사했지만 도중에 중단하거나 중간에 매물로 나온 골프장도 꽤 많이 있다. 결국, 골프장에 종사하는 사람, 골프장을 짓던 건설회사, 골퍼들, 그리고 지역 주민 등 여러 사람이 손해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골프장은 회원권이 팔리지 않아 보증을 섰던 건설회사에 1000억원이 넘는 빚을 떠넘겼다고 한다.
해마다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은 줄고 있다고 하는데 2007년 이후 골프장 건설은 늘었다고 하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비싸다고 하는 회원권을 1억원에 장만한 한 골퍼는 더 늦기 전에 회원권을 되팔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울며 겨자 먹기로 4000만원에 겨우 회원권을 팔았다는데 얼마 후 골프장은 부도가 났다고 한다.
많은 골프 전문가들은 과거의 일본을 보면 한국의 골프장 미래가 어렴풋이나마 그려진다고 한다. 한국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런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20년 전, 한해에만 무려 100여개의 골프장이 파산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685개에 달하는 골프장의 1/3은 부도나 파산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골프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쉽기 짝이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하루에 가방을 두 번 받았다는(36홀) 캐디는 “이젠 겨우 한 번이니(18홀) 결국 수입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해 골프장 경기가 좋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골프동호회 회장과 열혈 골퍼들을 대상으로 골프장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골프장에 대해 어떤 개선책이 필요한지에 대해 모두가 입을 모아 제기한 문제는 바로 비싼 그린피였다. 평일에는 7만~10만원, 주말에는 10만~15만원이 넘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한다면 골퍼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두 번째로 제기된 문제는 그늘집이었다. 국수 한 그릇에 만원이 넘고 일반 음료도 4명이 먹으면 저녁 식사비와 맞먹는 계산서가 나오니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만 캐디를 동반하게 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캐디피나 카트피 중 하나를 조정해 줬으면 하는 바람들이 있었다.
이와 함께 그린피에 40% 이상이 세금이라면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별소비세, 교육세, 농어촌세, 체육진흥기금, 부가가치세까지가 약 2만5000원 정도인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보유세까지 붙는다. 게다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까지 내다보니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높은 그린피를 내고 골프를 치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있었다. 골프 대중화, 골프 산업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문제를 이렇듯 뻔히 알고 있는 마당에 앞으로 살아남기 위한 대책과 방안, 노력이 얼마만큼 이뤄져 나갈지에 따라 골프장과 골프 업계의 미래가 결정될듯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골프장이 살아날 수 있을까?
골프라는 운동이 더는 특권층의 스포츠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 비싼 회원권을 사야 골프를 칠 수 있고 또 비싼 골프클럽으로 골프장을 나서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금으로 골프채를 만들고 한 세트에 수천만 원하는 골프채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골프장 역시 거품을 빼야 한다. 고급화에 치중하기보다는 고객층을 좀 더 세분화해서 다른 방향으로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에 있는 한 골프장이 그린피를 5만원대로 낮추고 골퍼를 맞은 곳도 있었다. 3명이 함께 치면 1명이 공짜 혹은 4명이 함께 치면 카트비가 공짜 등의 상품이 쏟아지면서 회원권이 굳이 필요한지 또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 됐다.
또 골프장에서는 골프 외 다른 서비스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다. 따라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하고 계발해나가야만 한다. 예를 들면 미국처럼 결혼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고 회사 모임이나 단체 모임을 유치할 수도 있다. 골프장을 골프만 치는 장소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미국 골프장에서 앞서 이야기한 것 외에도 크리스마스 파티, 할로윈 파티, 생일잔치(회갑이나 환갑잔치) 등 각종 행사를 많이 봤다.
이런식으로 골프장을 다용도로 활용한다면 골퍼들에게만 비용적 부담을 떠안겼던 부분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골프장에 펼쳐진 푸른 잔디 그리고 멋진 풍경을 골퍼가 아닌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다면 ‘가진자들의 스포츠’라는 골프에 대한 일각의 편견도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이처럼 골프장의 외연이 확장된다면 골프에 대한일반인들의 관심이 눌게 돼 새로운 골퍼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골프계의 장래는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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