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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사회 무너지는 ‘性域’, 왠지 ‘불편한 진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48초

여민선의 골프 정담(情談) 32 | 스포츠계의 트랜스젠더들

개방사회 무너지는 ‘性域’, 왠지 ‘불편한 진실’ 2005년 성전환 수술로 남자에서 여자가 된 뒤 미 LPGA 시합에 출전해 논란이 됐던 라나 로렌스(왼쪽 사진). 덴마크 출신 트렌스젠더 여성골퍼 미안 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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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리멕스 월드 롱드라이브 (RE/MAX World Long Drive Championship) 304 야드를 날린 우승자는 라나 로렌스(Lana Lawless) 입니다.” 뜨거운 박수갈채 속에 석연치 않은 분위기가 감돈다. 왜일까? 여자가 드라이브를 그 정도 때려 냈다면 남자 뺨칠 정도의 장타자 인데다 웬만한 남자도 울고 갈 훌륭한 골퍼다. 하지만 그를? 그녀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끝이 없다.

로렌스는 과거에는 남자였다. 하지만 2005년 성전환 수술을 한 후 여자가 됐다. 법적으로는 성별을 구분할 때 생식기관을 기준으로 한다는데 사진을 보면 여전히 남성의 면모를 갖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로렌스 모습과 비교하면 상당히 변모했음도 금새 알아챌 수 있다. 로렌스는 전직 경찰이었다. 그것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폭동진압경찰(S.W.A.T.) 출신이다. 무려 20년간 근무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멋진 근육으로 단련된 강한 남성이었다. 몸무게도 110kg이 훌쩍 넘는 누가 봐도 진압경찰 출신다운 다부진 풍채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성전환 수술 후엔 79kg까지 살과 근육을 감량하면서 몸매 관리에 들어갔고 늦은 나이지만 골프를 치고 시합까지 출전하면서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롱드라이브 오브 어메리카에서 우승한 이후 미 LPGA 시합에 정식 출전을 하기 위해 퀄러파인 스쿨(Qualifying School)에 도전장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실패했고 LPGA그리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또 다른 화제거리가 됐다.

당시 협회측은 ‘태어날 때부터 여자가 아니라면 인정할 수 없다’라는 공식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필자도 시합에 합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 선수들이 락커룸에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서명을 했는데 확인해보니 남자로 태어난 사람이 성전환수술을 한 후 여자로 변신한 뒤 여자들과 함께 시합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명이었다.


실제 많은 선수들은 이런 상황이 공평치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필자는 그 사람이 로렌스라는 것을 몰랐는데 기사를 보면서 어렴풋이나마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덴마크 출신의 골퍼 미안 배거(Mianne Bagger)다. 그는 오래전 호주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배거는 180cm가 넘는 키. 그리고 70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배거는 장타자로도 유명한데 이에 대한 여자선수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정말 왜들 이러냐, 결승전에서 나와 같이 치던 여자선수는 나보다도 멀리 치던데 이를 문제삼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고 자신의 입장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남자시합에서도 가장 멀리치는 사람이 매번 우승하냐? 나의 장점은 숏게임’이라고 한마디 더 보태기도 했다.


남성이 여성이 되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한다고 해도 '근본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의견들은 여전히 제기될 것이다. 2004년부터 성전환 수술자들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면서 이런 논란이 더욱 불붙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에서는 2년 이상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내걸기도 했다.


이쯤 되니 LPGA투어도 태어날 때부터 여성이어야 인정한다고 했던 조항을 2004년에는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 하면 스포츠 경기에서 유리할까? 오히려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한 경우에는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여성이 남성으로 변하고 싶어하는 반대의 경우도 있을까? 드물지만 물론 있다. 호주에서 럭비 선수를 꿈꾸던 여성이 바로 주인공이다. 이 여성은 14세 이상의 여자는 남자와 럭비를 할수 없다는 AFL(호주 럭비협회) 규정을 과감하게 깨고 경기에 참여했다. 성전환 수술로 남성이 된 윌은 호주법상 합법적인 남성이 되기 위해 여성의 생식기를 절단하고 남성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어릴적 부터 자기의 꿈이었던 럭비선수가 되기 위해 정기적으로 남성호르몬을 복용한 결과 그 영향으로 팔과 다리에 굵은 털이 나고 근육이 발달하면서 목소리도 굵어졌다고 한다. 윌은 수술 전에 모나스의료센터에서 스스로의 성 정체성에 대해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그는 유방을 제거하고 생식기마저 절제하는 일에 대해 순간적이고 단순한 충동이 아닌 오랜 동안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당당히 밝혔다. 상식적으로 내 몸의 일부를 제거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여성이 남성으로 성전환한 사례는 스포츠뿐이 아니다. 태국의 유명한 킥복서가 여자로 성 전환한 이후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온갖 상상을 다 해본다. 그 이유는 내가 만난 레즈비언 선수들이나 동료들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필자가 직접 만났던 수잔이라는 선수를 생각하면 다소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수잔은 필자가 미니투어를 할 때 만났던 선수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다시 한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저 어떤 남자가 시합을 보러 왔거나 연습을 하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시합날 한 팀이 되고 나서야 그가 남자가 아닌 여자임을 알게됐다. 190센티가 넘는 그녀의 턱에는 까맣게 면도를 한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목소리도 남성이었고 어디를 보아도 그는 남성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자였다. 물론 남성 역할을 하든 레즈비언이었던 것이다. 수잔이 필자에게 한말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지금의 내가 진짜 나"라고. ”성전환이란 단어를 검색창에 찍어 보니 이렇게 올라온다. 대한민국에서는 호적 정정에 대한 법률이 제정돼 있지 않으며,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해 성전환 수술을 받아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춘 자라는 조건하에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과 개명을 허용했다.


개방사회 무너지는 ‘性域’, 왠지 ‘불편한 진실’

호적 변경의 요건 5가지 가운데 5번째는 주위사람들도 바뀐 성으로 알고 또 허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앞으로도 성전환을 한 많은 선수들이 시합에 참가할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제는 남성이었던 사람이 오늘은 여성으로 같은 리그에 서서 경쟁하는 것을 환영할지 필자도 아직도 아리송할 뿐이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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