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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겉으로 줄었지만 잠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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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대책 시행 4개월, 현직 교사들 정책 간담회 열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최근 친구의 괴롭힘에 대구의 한 고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4월에는 경북 영주에서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가 학교폭력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파악해 지난 2월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학교현장에서는 '학교폭력'과의 전쟁 중이다.


지난 8일 좋은교사운동은 '학교폭력종합대책 시행 4개월, 학교현장의 변화와 보완책을 묻는다'는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현직 초중고 교사 11명이 참석해 학교 현장의 실상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학교폭력이 가시적으로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잠재돼 있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경기도 D중 학생부장 교사는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다른 학생부장들이 아이들이 크게 겁먹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Y중 학생부장은 "폭력의 강도는 주어 들었지만 신고접수 횟수는 늘었다"며 "물리적 폭력은 줄어든 것으로 보이나 왕따 문제는 증거가 없어서 여전히 심리전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 많다. 겉으로는 줄어든 것 같지만 잠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기부터 실시되고 있는 '복수담임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2명의 담임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분담하기 힘들고, 오히려 학생들과의 소통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한 교사는 "30명이 넘는 반만 복수담임제를 하고 있는데 업무분담이 애매하다"며 "조례를 나눠서 들어가는데 그러다보니 학생들에 대해 소홀해지고 파악도 덜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관련해서는 서울 Y여고 상담부 교사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모아 놓고 하는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교우관계와 친밀함 형성에 도움이 됐다"며 "그러나 관계성 없이 모두 앉혀서 하는 강의는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으로 일방적으로 하는 예방교육이나 형식적인 교육은 효과가 없지만 교사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교육은 아이들의 집중력도 높고 효과가 높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또 학교폭력 대책 발표 후 이와 관계된 공문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부담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도 N중학교 학생부장은 "교육청, 시청, 국회위원이 요구하는 자료들이 많은데 내용들은 비슷비슷하다. 가해자 몇 명, 피해자는 몇 명이고 어떻게 처리했는지 보고하라는 내용이 엑셀파일로 오는데 이게 명확한 수치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며 "학생들 얼굴이라도 한번 더 봐야 하는데 이런 일들을 해야 하니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Y중 학생부장은 "공문도 공문이지만, 학생부장을 오라고 하는 연수가 너무 많다. 경찰, 법무부, 교육청, 시청 등 여러 곳에 불려다닌다"며 "가해자를 선도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고 본질인데 그것보다는 일처리와 교육청에 답하는 것에 더 분주하다"고 설명했다.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항을 기재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서울 K인문고 생활자치부장은 "생활기록부 기재는 가장 없어져야 하며 학부모와 학교의 분쟁소지가 가장 큰 대책"이라 말했다. 경기도 N중 학생부장은 "한 때의 잘못을 증거로 남기는 것이 과연 옳은 거냐. 기존에도 아이의 발전성을 보고, 아이의 실수를 다 남기지 않는 정서가 있었다. 폐지돼야 하는 항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끝으로 청소년 상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학생부장은 "청소년들에 대한 심리치료는 무료 지원해야 한다. 필요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치료비가 비싸다. 학교에서는 우울증이 있는 아이들에게 굿네이버스와 같은 민간단체와 긴급하게 연결시켜주지만 정부에서 도와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정책들과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B중 한 교사도 "왕따 당하는 아이를 상담교사에게 치료해줄 수 있는가 물었더니, 저소득층인지 묻더라. 저소득층이 아니면 무료치료가 어렵고 진단 검사만 20만원쯤 된다고 한다. 차라리 복수담임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이런 데다 쓰든지 해야 한다. 지금은 간편한 논리로 학교폭력을 학교와 교사의 책임으로 묻지만 사실은 사회의 책임이다.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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