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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학교폭력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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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정부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 만에 경북 영주에서 중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학생은 지난해 여러 차례 병원상담과 심리치료까지 받았지만 학교 담임조차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방'과 '상담'을 강조한 정부 대책에 허점이 많았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학교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지난 2월 학교폭력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대책이 가해학생 엄중 처벌 및 학교와 학교장 책임 강화 등 단기처방에 그쳤고 피해학생에 대한 상담도 형식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당시 대책의 일환으로 '담임'의 역할을 강조하며 '복수담임제'를 도입했다. 담임 교사들이 업무에 치여 학생들의 생활지도 등에 소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지난해 833명이던 전문상담교사도 올해는 1400명으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초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영주 중학생 이 모(13)군의 경우, 지난해 학교 심리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판정받았는데도 학교나 담임 교사가 이 모군의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 군의 반은 이번 학기부터 복수담임제가 실시되고 있었지만 두 명의 담임은 "이 군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판정받았는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의 학교폭력 현황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영주경찰서가 지난 2월 학교폭력실태 파악 설문조사에서는 가해학생의 이름이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대책이 여러군데서 구멍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청소년상담센터인 Wee(위)센터에 받은 상담도 이 군의 자살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상담인력 및 시설 확충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작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집중적이고 세밀한 프로그램 마련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최희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위기지원팀장은 "상담 치료에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청소년상담센터에 더 많은 전문가들이 배치돼야 하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은 단순히 상담이 아니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팀장은 "학교폭력과 관련해 117 같은 신고체계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관은 더 많이 생겨나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또 입시위주의 경쟁 교육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학교폭력을 뿌리 뽑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교조 관계자는 "처벌을 강화하고 배제 효과를 높이는 것에 치중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가혹한 입시경쟁교육을 완화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무자비한 차별과 서열화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야할 것"이라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영주 중학교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16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경북도교육청에 24시간 상황반을 가동하도록 조치했다. 경북도교육청도 뒤늦게 부교육감을 반장으로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해당 학교 학생들을 위한 집단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키로 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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