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사람이 많은 푸드 코트나 고기집에서 혼자 식사 하는 걸 어려워 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혼자서 어느 정도까지 민망해 하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는지를 단계별로 구분한 '혼자 밥먹기 레벨(수준) 테스트'가 인기다.
지난해 9월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고전게임갤러리에 올라온 게시물이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이 게시물에 따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혼자 먹기 레벨 1단계는 '편의점에서 혼자 라면 먹기'다. 작성자는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경지라고 해당 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2단계는 3000원짜리 선불 식당이다. 쿠폰을 사서 음식과 교환하는 푸드 코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역시 큰 어려움 없이 소화가능하다. 혼자 먹는 이들을 위해 벽에 설치한 1인용 테이블에 앉으면 소심한 사람도 거뜬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3단계는 분식집이나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에 들어가는 것이다. 인적이 드문 야간에 혼자 밥먹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4단계부터는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 자리 회전이 빠른 곳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대중 음식점인 중국집, 냉면집 등에서 혼자 식사를 하기 위해선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곳도 한 끼 후딱 해치우려고 들어온 아저씨들과 함께라면 무난히 식사가 가능하다.
5단계는 청소년들의 출입이 잦은 패스트푸드점이다. 이곳은 친구들끼리 떼를 지어 오거나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혼자 식사를 할라치면 이들의 시선이 유난히 신경 쓰인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말 그대로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속도전으로 햄버거를 우겨넣고 자리를 뜨면 이곳도 '무사통과'다.
6단계는 패스트푸드점보다 고급인 대중음식점이다. 게시물 작성자는 '일식집', '세련된 라면집', '세련된 만두집', '전문 요리집'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곳 역시 연인이나 그룹이 많이 찾는 곳으로 혼자 앉아 있기엔 용기가 필요하다.
7단계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가족단위로 식사하는 피자 가게 등은 혼자 앉아 있기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작성자는 이런 곳을 "매너를 중시하는 매장 분위기상 음식 제공을 거절당할 염려는 없지만 매우 불편하고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정도 단계부터 식당에 홀로 앉은 이들은 정상적인 한국인의 범주를 벗어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7단계가 서양식이었다면 8단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찾는 한국식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찜닭, 닭갈비, 고깃집, 전골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간단한 1차 술자리로 선호되는 곳이고 요리가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다른 곳보다 길기 때문에 혼자 먹기 대단히 힘든 코스다. 작성자는 "주인이 눈치줄 확률이나 혼자왔냐고 따질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가장 고난도인 9단계는 '술집에서 혼자 술먹기'다. 여기서 말하는 '술집'은 바텐더와 일대일로 대면하는 바 등이 아니라 대형 호프집 등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곳은 식당 입구에서 종업원이 "몇 분이세요"라고 물었을때 "혼자 왔습니다"라고 답변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작성자는 "혼자 즐거운 표정으로 안주를 집어먹기까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용기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네티즌은 해당 게시물에 "혼자서 주인장이 직접 구워주는 고기를 2인분씩이나 먹었다", "6단계부터 좀 어려운 것같다"는 등의 댓글을 달며 자신의 '혼자먹기 레벨'을 공개하고 있다. "나는 0단계다.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빵을 먹은 적이 있다"고 말하는 네티즌도 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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