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식 식생활 문화와 다이어트 인구 증가 때문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한국인들의 밥그릇이 70년 만에 3분의 1 크기로 작아졌다. 서구식 식생활 문화와 다이어트 인구 증가 등으로 한 끼 식사량이 줄어든 때문이다.
30일 본지가 행남자기와 한국도자기 등 식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생산되는 밥그릇의 용량은 270cc로 나타났다. 이는 식기 업체가 1942년 판매했던 900cc 용량의 밥 그릇 대비 30% 정도에 불과하다. 밥 그릇 용량이 70년새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시대별로 보면 밥 그릇 용량(평균치)은 1940~50년대 530~550cc였다가 1960년대 500cc를 거쳐 1970~80년대 450cc까지 줄었다. 그리고 서구식 식생활 문화가 널리 확산된 2000년대 350cc로 다시 하락했고 최근에는 300cc 벽마저 깨고 말았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식기 업체들도 한국인의 식습관 변화에 대응해 밥 그릇 크기를 줄이고 있다. 한국월드키친이 국내 시장 진출 20년 만에 출시한 한국형 밥그릇은 용량이 330cc로 기존 제품(450cc) 대비 25% 적다. 237년 역사의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도 300cc대의 밥그릇을 선보일 계획이다.
밥그릇 용량이 줄어든 것은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과거 먹을거리 문화가 밥 위주로 단순했다면 요즘에는 빵과 국수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든 것이다. 다이어트 열풍으로 소식하는 인구가 늘어난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984년 자료 작성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작년 하루 쌀 소비량은 195g로 하루에 1.5그릇의 식사를 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한 끼 식사량이 많을 수밖에 없어 밥그릇도 컸다"면서 "하지만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소식 인구가 늘어 한 끼 식사량이 줄어들면서 밥그릇도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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