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각시탈> 수목 밤 9시 55분 극본 유현미, 연출 윤성식, 차영훈. 5월 30일 첫 방송
“능력만 있으면 종놈도 총리가 되는 세상이야. 두고 봐. 내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다 비명횡사한 아버지와 일제의 혹독한 고문으로 바보가 돼 버린 형 이강산(신현준)을 지켜본 강토(주원)는 차라리 대일본제국에 충성하는 순사가 되기로 한다. 그가 순사로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갑자기 말을 타고 나타난 각시탈이 고작 쇠 퉁소 하나로 무장순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를 뒤쫓아 간 곳에서 강토는 각시탈의 정체가 형 강산임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혼란에 빠진다.
주원은 ‘한국형 슈퍼 히어로’에 어울리는가?
일제 치하에서 반드시 성공하고 싶은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강토의 눈은 치기와 에너지를 일단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윤성식 감독은 “주원의 눈빛을 보고 캐스팅했다”며 “그가 눈에 힘을 주고 부라리면 만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네모난 눈이 된다”는 농담 섞인 설명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 밖에 주원은 “택견과 가라테 등 쉬는 날마다 액션을 배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으니, 이만하면 슈퍼 히어로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은 갖춘 것 아닐까. 다만, 강토는 일제를 위해 충성을 다하다 어떤 계기로 각시탈이 되는 인물이다. 완전히 달라지는 그의 모습을 매순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섬세한 감정 조절이 더해져야 할 듯하다.
허영만의 만화 <각시탈>과는 얼마나 다른가?
드라마는 원작의 굵직한 틀만을 끌어왔을 뿐, 캐릭터의 성격이나 세세한 설정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원작에서 강토는 어리바리하고 바보 같을 정도로 유한 성격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억세고 질기며 차가운 인물로 재탄생했다. 또한 작품 초반 각시탈로 활약하는 강산은 사실 원작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캐릭터다. 결정적으로 원작과 드라마를 구분 짓는 요소는 로맨스의 유무다. 만화에서는 목단이라는 인물이 주연급으로 등장하지 않고 로맨스도 일절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목단(진세연)과 강토, 기무라 슌지(박기웅)의 얽히고설킨 사랑이 이들의 비극적인 운명과 교차하며 좀 더 극적인 전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제 강점기와 항일 운동은 흥미로운 이야기인가?
일제 강점기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귀를 기울일 시대배경”(주원)이긴 하지만, KBS <경성 스캔들>이나 영화 <모던 보이> 등 지금까지 이 시기를 다룬 작품들은 그리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만큼 당시를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현대를 사는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어두운 역사이기에 자칫하면 극이 무겁고 심각한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건 큰 약점이다. <각시탈>이 KBS <추노>와 <도망자>에서 선보였던 레드원 카메라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레드 에픽’을 이용해 좀 더 밝은 해상도와 심도로 “일제 강점기를 최대한 밝고 화려하게”(윤성식 감독) 그려내고자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물론 항일운동을 하는 인물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대 형성이야말로 때깔 좋은 화면에 우선해야 할 것이다.
지켜보고 있다
-신현준의 바보 연기, 기봉이와 얼마나 다를까. 참고로 SBS <바보 엄마>에서 신현준이 맡았던 ‘최고만’은 바보가 아닌 천재였습니다.
-극동 서커스 단장 이름은 신난다(이병준), 단원 이름은 오동년(이경실). ‘문영남 작가st’ 작명법이 유행인가?
-KBS <브레인>과 SBS <옥탑방 왕세자>에 이어 또 한 번 어머니로 등장하는 송옥숙. 연기대상에도 ‘장한 어머니상’이 있다면 이분께 드려야 할 듯.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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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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