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담보로, 오늘의 노동력 착취...인턴제도 정당한가?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청춘에 대한 위로'. 지난해 출판계를 뜨겁게 달궜던 화두다. '위로'가 필요할 만큼 오늘날 청춘은 불안하고 위태롭다. 열심히 스펙을 쌓고 좁은 취업문을 두드려 봐도 미래는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불안한 내일에 오늘을 저당 잡힌 젊은이들은 청춘의 싱그러움마저 잃어버린 듯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시대의 청춘이 이토록 아픈 것은 그저 당연한 성장통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청춘착취자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은 오늘날 청춘이 아픈 진짜 이유를 드러낸다. '인턴'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말이다.
오늘날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의 핵심은 바로 '인턴 경력'이다. 인턴 경험이 없으면 취직은 물론 서류 통과조차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이력서를 만족스럽게 채울 때까지 인턴 세계를 돌고 돈다. 인턴 과정이 고등교육과 직업세계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턴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착취'에 가깝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비율은 고작 10% 정도다. 절반 이상의 인턴들은 용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일한다. 업무 대부분은 커피를 타거나 복사를 하는 잡일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합리한 인턴 노동의 현실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인턴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청년들로부터 매년 2조 원이 넘는 노동력을 무보수로 착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춘을 착취하는 사회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은 인턴 문제를 하나의 독립된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본다. 신자유주의는 '쉽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으며 임금을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취업 경쟁까지 맞물리면서 '인턴'은 청년 착취 시스템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이른바 '경험이라는 보상'을 내세우면서 '무보수'를 합리화하는데 급급하기만 했다.
무보수 인턴십의 폐해는 단지 청춘을 갈아먹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인턴 세계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보수 없이도 인턴을 할 수 있는 고소득 계층은 좋은 인턴 자리를 쉽게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저소득계층은 인턴조차 할 수 없다. 결국 취업 경쟁에 있어서 계층적 불평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저자는 '노동력 착취'나 '경제적 양극화'등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사회적 인식'에서 찾는다. 인턴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인턴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인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는 것이 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인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본권을 되찾아주자는 것이다.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갈수록 많은 대졸자가 인턴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청춘을 착취해 유지되는 '인턴자본주의'사회는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정직한 노동에 적절한 보수가 따르는 건강한 노동시장'이 완전히 붕괴되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청춘착취자들/로스 펄린 지음/사월의 책/1만5000원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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