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끌어 온 KAIST 내부 혼란…교수협과 갈등 골 깊어지자 “토론하자”, ‘대통합 소통위원회’도 제안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총장퇴진을 둘러싸고 KAIST가 서남표 총장과 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해 학생과 교수의 자살사건이 벌어진 뒤부터 시작된 교수협과 서 총장간 퇴진 논란은 1년이 넘도록 평행선을 달리며 앙금만 깊어졌다.
교수협은 지난 달까지 성명서 발표를 통해 서 총장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했고 서 총장은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버텨왔다.
이런 팽팽한 기 싸움이 이달들어 바뀌고 있다. 교수협이 지난 8일 총회 뒤 서 총장에게 “15일까지 거취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서남표 총장 즉각사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대학본부까지 교내행진을 벌였다. KAIST교수들이 개교 후 처음 시위까지 벌인 것으로 ‘서 총장 사퇴’를 물리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여기에 서 총장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교수협에 맞짱토론 제안으로 맞섰다.
서 총장은 1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나의 퇴임은) KAIST에 좋으냐 안 좋으냐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며 “KAIST가 잘 되면 언제고 떠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언제든 물러날 수 있지만 교수들의 사퇴압력으로 떠나는 모양새는 아니라는 말이다.
서 총장은 이어 “빠른 학교 안정과 사실관계에 기초한 민주적 소통구조 확립을 위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공개토론회는 특허도용 사건, 교수임용 의혹 등 지난 1년 동안 교수협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기에 서 총장은 학교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가칭)KAIST 대통합 소통위원회’도 교수협에 제안했다.
대통합 소통위원회는 교수·학생·직원·학교본부·총동창회·학부모대표가 참여해 구성원 밀착형 정책과제 발굴과 소통 중심 학교문화 확립 등의 정책과 사안에 대한 자문역할을 맡는다.
1년 넘도록 서 총장과 교수협이 “대화하자, 소통하자”고 해왔지만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해선 말이 없었다. 헛구호였던 셈이다. 서 총장과 교수협의 갈등은 KAIST의 대외 이미지와 신뢰도 추락의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이번 서 총장의 제안이 떨어진 KAIST의 위상을 얼마나 끌어올릴 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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