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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과 어버이, 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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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재계 "이틀 쉬면 40억달러 수출 손실" 난색

[아시아경제 박연미·김혜원 기자]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삼고, 어버이날도 공휴일로 정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전자는 정부 부처, 후자는 정치권에서 나온 주장이다. 국민은 찬성이지만, 경제 부처와 재계는 반대다. 경제효과와 명분을 두고 해묵은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한글날 문제에 불을 댕긴 건 문화체육관광부다. 문화부는 14일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는 데 찬성했다"면서 세종대왕 탄신일 기념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글날은 지난 1991년 '쉬는 날이 많아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에 밀려 공휴일에서 빠졌지만, 줄곧 재지정 대상으로 거론돼왔다.

문화부는 이 수치를 근거로 "공휴일 지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열린 한글문화연대의 세미나에선 문화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강욱 한국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데는 역사적 의의도 크지만, 생산유발 효과가 1조 8010억원에서 최대 4조 3224억원에 이르고, 일자리도 1만 7919개에서 최대 4만 3005개까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가 시간이 늘어 내수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정하자는 건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주장이다. 김한길 민주당 민생공약실천특위 보편적복지본부장은 지난 8일 "19대 국회 개원 즉시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위한 법률 마련에 나서 내년 어버이날에는 국민이 휴일이라는 여유로움 속에서 가족과 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다. 시민 윤석재(@sugi147258)씨는 트위터에 "경제 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 국경일도 경제논리로 밀어낸 한심한 발상이었다"라고 썼다. 트위터 아이디 meantop(@meantop) 역시 "과학적으로 만들어낸 유일한 문자 한글을 대접해야!"라면서 문화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한글날과 어버이날이 정말 공휴일에 포함된다면, 현재 14일인 법정공휴일은 16일로 늘어난다. 바꿔 말하면 조업 일수가 이틀 줄어드는 셈이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궁리하고 있는 경제 부처는 이런 움직임이 달갑지 않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글날의 의미나 일과 여가 모두 중요하다는 문제제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우리의 공휴일 수는 외국에 비해 그리 적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일평균 수출액이 2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틀을 쉬면 40억달러가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지경부 관계자는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조업일수에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라면서 "기업들이 연간 수출 계획을 맞추려면 특근 등으로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경제뉴스 전문방송 CNBC가 소개한 '연간 법정 공휴일이 가장 많은 나라 TOP10' 조사 결과 세계에서 법정 공휴일이 가장 많은 나라는 영국이었다. 영국은 주말을 제외한 연간 법정 공휴일이 28일, 국경일도 8일이나 됐다. 우리나라는 법정 공휴일 14일에 국경일이 5일이다. 올해 쉬는 날은 토·일요일을 합쳐 116일이다.(한국천문연구원)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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