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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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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말 한강에 빠져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퇴출된 저축은행 대주주나 경영진의 말이 아니다.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을 마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가 한숨과 함께 던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대주주들의 편법과 비리 백태가 밝혀지면서 금융당국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지경이 되도록 감독당국은 뭘 했느냐'는 게 비난의 요지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10일로 예정된 한 포럼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점도 이런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당국은 관련 법의 사각지대에서 수조원을 주무를 저축은행 대주주 자격을 너무 쉽게 내줬다. 물밑에서 이뤄진 전횡을 감독당국이 바로 적발해내지 못한 것도 맞다. 그런 역할을 하라고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과정이야 어쨌건 결과적으로 비난과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부의 선정적 보도처럼 저축은행의 모든 비리를 '감독당국 관계자들이 야합해 눈감아 준' 것은 아니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서민예금으로 돈놀이를 할 때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2년 전인 2010년까지만 해도 당시 100여개에 달하던 저축은행의 불법·부실을 검사하는 인력은 25명에 불과했다. 또 서로 견제 기능을 가진 '검사'와 '감독'이 한데 묶여 있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웠다. 기본 인프라가 갖춰진 것은 지난해 금감원에 권 원장이 부임한 이후 검사 인력을 60여명으로 늘리고 '검사'와 '감독'을 독립시키면서부터다.


관련 임직원은 지난해부터 거의 매일 밤 10시가 돼서야 퇴근했다. 근무시간이 더 길어질 때도 많았다.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마주치는 기자가 잘 안다. 늦은 시간에 취재할 일이 생겨 전화를 하면 대부분 아직 사무실이다. 새벽 6시30분에 출근하는 기자와 마주치는 당국 관계자도 종종 있다.


한강에 빠져 죽고 싶다던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과거에 뭘 했느냐는 비난이나 비판은 다 받아들일 수 있지만 눈감아 주고 쉬쉬하는 무능한 조직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물론 금융당국은 국민이 부여한 막강한 권력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억울하다는 당국의 심정도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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