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제조사와 또 갈등..다음 "망 중립성 위배" 발끈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통신사가 포털 다음이 출시한 스마트TV에 인터넷 망 사용 대가를 요구키로 방침을 정했다. 스마트TV가 과도한 인터넷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만큼 스마트TV 제작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다음은 이같은 요구가 망 중립성(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모든 콘텐츠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에 위반된다며 발끈하고 있다. 지난 2월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접속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불거졌던 통신사와 TV 제조사간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24일 KT 관계자는 "다음 스마트TV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인터넷 트래픽을 발생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음이 스마트TV를 출시하기 전 통신사들과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 이후라도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KT는 조만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동의를 얻어 다음측에 망 사용 대가에 관한 협상을 제안할 방침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트래픽 급증을 유발하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한다"며 KT에 힘을 실어줬다.
앞서 다음은 TV 방송을 시청하면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음 스마트TV'를 지난 21일 발표했다. 다음 스마트TV는 스마트 기능이 내장된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TV와 달리 TV에 연결하면 스마트 기능이 실현되는 셋톱박스 형태다. 가격도 19만9000원으로 저렴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에 이어 다음 스마트TV가 오는 30일부터 이마트에서 판매되면 스마트TV의 대중화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통신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인터넷 망의 과부하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TV로 인해 과부하가 발생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투자비용을 통신사업자들이 부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향후에는 네트워크 구축에 따른 부담을 제조사들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가 삼성 스마트TV의 접속을 제한한 것도 이같은 입장을 강경하게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다음은 망 중립성을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이병선 다음 전략부문 이사는 "다음 스마트TV는 망 중립성 원칙 속에서 (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망 사용 대가는 트래픽이 늘어나면 그때가서 논의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당장은 통신사가 요구하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스마트TV와 같은 신규 서비스로 인한 트래픽 증가, 망 투자 비용 분담 등에 관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스마트TV 시장이 초기 단계여서 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보급 현황, 트레픽 유발양 추이 등을 지켜보며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방통위는 KT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분쟁에 따른 KT 제재안을 오는 5월 중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해 정할 계획이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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