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種)도,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다. 그것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말이다. 20년간 기업체를 이끌고 있는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업이 오랜 시간 존속하기 위해 꼭 한번 되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코트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평균수명이 20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이 40년, 일본 상위 1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두산과 동화약품공업 단 두 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기업의 존속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임을 말해준다.
장수기업이란 단순히 장시간 명맥을 이어왔다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한 분야에서 끊임없는 노력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그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장수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앞서 언급한 찰스 다윈에게서 찾을 수 있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기업만이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장수기업이 많기로 유명한 일본 기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130년 역사를 가진 코닥이 파산신청을 하면서 역사 속 기억으로 물러났다.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한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여년간 1위의 자리를 고수하던 필름사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했다. 전통사업의 브랜드력을 과신하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게을리한 결과 현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과거의 영광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파산에 직면했다.
반면 같은 상황에 부딪힌 후지필름의 대응은 달랐다. 사양길에 접어든 필름사업을 과감히 축소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조직, 인원, 사업 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을 이뤄낸 대신 헬스케어, 화장품, 평판디스플레이 등 신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했다. 현재 후지필름은 의약품 사업에서 또 하나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 1위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도 변화를 재빠르게 파악했다. 매출이 주춤하는 경향을 나타내자 전혀 다른 분야인 소니, 닌텐도, 애플 등을 새로운 경쟁상대로 규정하고 경영혁신에 돌입했다. 게임과 컴퓨터에 정신이 팔린 청소년들이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자사의 매출을 위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스포츠용품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의 경쟁자까지 분석하는 앞선 대응이 있다.
이들 기업은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과감하게 경영전략의 변화를 시도해 1위 자리를 고수하고 나아가 기업의 생명을 연장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하나의 우물만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장기적인 안목으로 비즈니스를 다양화했다.
필자가 청운의 꿈을 안고 시작한 섬유업체 웰크론 역시 앞선 장수기업의 본질을 교훈으로 삼고 본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시야를 확대하고 있다. 꾸준한 기술개발로 첨단 소재 사업에 진입하고 가족사의 제품과 영업망을 상호 활용하는 등 공통의 미래 먹을거리를 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술력, 전문력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의 다각화를 통해 국내 많은 기업들이 1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는 장수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영규 웰크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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