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19일 정부가 내놓은 유가 종합 대책은 ▲국내 5대 석유제품 공급사로 삼성토탈 참여 ▲전자상거래용 수입 물량 확대 ▲알뜰주유소 전환 시 파격 인센티브 ▲석유제품의 혼합 판매 활성화 등 4가지 주요 내용으로 요약된다.
시장에 석유제품의 신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바꾸고 정유사끼리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름 값을 잡겠다는 고강도의 '카드'가 다수 포함됐다. 특히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메이저 4사를 견제하기 위해 새롭게 '삼성' 자본을 끌어들인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삼성토탈에 정유업을 사실상 허용한 점이다. 삼성토탈은 오는 6월부터 한국석유공사에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키로 했다. 현재 석유공사와 물량과 가격 조건 등 세부적인 공급 조건에 대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일본에 매월 3만7000배럴의 휘발유를 수출 중이며 내달부터는 월 8만8000배럴로 증산키로 한 상태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현재로선 석유공사 측에 월 3만5000배럴을 우선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정유 4사에 비하면 제한적 물량이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눈여겨 볼 점은 전자상거래용 수입 물량에 대해 0%의 할당관세(현재 기본관세 3%)를 적용하고 리터(ℓ)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한다는 내용이다.
전자상거래용 경유에 대해선 바이오디젤 혼합 의무(현재 수입사별 경유 수입량 15만㎘ 초과 시 적용)를 면제할 계획이다. 정부는 할당관세 인하와 바이오디젤 혼합 의무 완화 등을 통해 경유 월 5000만㎘ , 연말까지 3억5000만ℓ 이상(알뜰주유소 1000개 기준 6개월 물량)의 수입 물량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세액공제율을 기존 0.3%에서 0.5%로 상향 조정하고 거래보증금 요건도 완화키로 했다. 지경부 석유산업과 문신학 과장은 "삼성토탈이라는 새로운 플레이어를 통해 경쟁 구도를 만들고, 남해화학 등 석유 수입사 등이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 국내에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물량을 대거 유입토록 했다"고 말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기존 메이저 4사끼리의 경쟁을 유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전량 구매 계약을 요구하는 관행을 끊고 혼합 판매 허용의 범위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정부는 그 동안 대형 정유사의 독과점적 지위 남용 사례로 지적돼 온 전량 구매 계약의 강요 행위를 위법으로 명시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혼합 판매 표시가 없는 주유소의 경우 '표시광고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석유사업법에 명시키로 했다.
유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11월 정부가 야심차게 내놨던 '알뜰주유소' 카드는 보다 강화했다. 당초 700개로 예상했던 알뜰주유소는 100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세금 감면과 자금 지원 등의 '당근'이 늘었다. 알뜰주유소 사업자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율은 현행 10%에서 20%로 2년 간 확대하고, 재산세는 50% 감면키로 했다.
기존 주유소 매입과 임차 비용, 알뜰주유소의 시설개선 자금(최대 3000만원 이내 90%)과 외상거래 자금(업체당 최대 5억원)도 지원하고, 특히 서울 지역 알뜰 전환 사업자에겐 올 한해 시설개선 자금으로 정액 5000만원을 준다.
이 외에 석유공사 내에 '석유제품 유통사업본부'를 하반기 중으로 설치 운영할 예정이며, 범부처적으로 참여하는 '석유유통지원센터'를 지경부에 신설한다.
이번 대책에 포함될 지 관심을 모았던 '유류세 인하'는 제외됐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유류세를 내려 세수 감소가 부담이 된다면 서민들이 사용하는 기름에 한해 탄력세율을 적용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번 정부의 발표에는 이 같은 대책이 빠져 아쉽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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