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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여행가가 까발린 공정무역의 왜곡된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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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여행가가 까발린 공정무역의 왜곡된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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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갤리온 펴냄


“당신이 균형 잡힌 시각을 지니는데
내 여행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하루에 600억 파운드(약 100만원)를 넘게 벌기도 했던 수십 억대 연봉자인 코너 우드먼(38)은 어느 날 세계인들을 상대로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살던 집을 처분하고 약 2만5000 파운드(약 5000만원)를 마련해 6개월간 4대륙 15개국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고팔았다.


그 결과 여행 경비를 제외하고도 5만 파운드(약 1억 원)를 버는데 성공했다. 그는 당시 내용을 토대로 책을 엮었고 지난해 국내엔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그가 이번에 또 색다른 경제여행을 떠났다. 이번 기획도 우연히 여행을 하던 중 떠오른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 청년은 3년 전 기차에서 우연히 커피를 마시다가 커피 잔에 적힌 문구를 보게 됐다.

‘당신이 마신 이 커피가 우간다 부사망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란 문구였다. 그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공정무역 상품을 사면 정말 그들이 잘 살게 되는 걸까란 생각이었다. 그는 실제로 커피잔에 적힌 문구가 과연 진실인지 궁금해졌다. 그렇지만 실행에 옮기려는 계획은 이때까지 없었다. 기차여행 6개월 뒤 여행잡지 칼럼을 쓰기 위해 아프리카 카메룬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그는 점심으로 늘 생선을 먹었다. 바닷가 바로 옆이라 생선요리가 그렇게 싱싱할 수 없었다. 그곳에 머물면서 어부 한 명과 사이가 가까워졌고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게 됐다.


그런데 현지 주민들이 먹는 싱싱한 생선 요리를 기대한 그가 정작 어부에게 대접받은 음식은 6000Km나 떨어진 모로코에서 수입한 말린 생선이었다. 그는 어부에게 중국어선이 카메룬 어업권을 소유하고 있어 가까운 바다에서만 낚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값나가는 고기가 잘 잡히지도 않고 잡더라도 좋은 고기는 생계를 위해 내다 팔아야 하므로 정작 자신들은 말린 생선을 먹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충격이었다.


그는 궁금해졌다. 영국에선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이 시장규모만 64조원에 달하는데 정작 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지, 공정무역에 쓴 돈은 어디로 갔기에 카메룬 어부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잡지 못하는지, 그래서 그는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가 이번에 선택한 방법은 상품의 생산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었다. 커피뿐만 아니라 초콜릿, 휴대폰, 신발 등 우리가 자주 소비하는 상품의 생산과정을 역으로 추적해 자본주의의 현실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는 바닷가재 요리의 생산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니카라과 해안의 잠수부들을 만나는가 하면 스마트폰과 첨단 전자 제품의 생산 과정을 역추적 하면서 중국 폭스콘 공장을 거쳐 콩고 광산까지 도달한다.


여행 중 기이하고 목숨을 건 체험도 했다. 전쟁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마약 단속 작전에 참여하기도 했고 UN블랙리스트에 오른 거물 사업가를 만나기 위해 총으로 무장한 경호원들 앞에서 투자자 행세를 하기도 했다. 저자는 “당신이 균형 잡힌 시각을 지니는 데 내 여행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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