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성공비결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전략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이미 시도해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는 곳을 향해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전속력으로 쫓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남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처음 시도하는 일을 해야 될 때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좌절하는 20대를 향해 던진 메시지다. 지난해부터 그는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함께 전국의 대학을 돌며 '미래에 대한 도전과 바람직한 리더십'을 주제로 한 대담강연을 진행해왔다. 안 원장은 강연장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에게 '퍼스트무버가 되라'고 채근하지 않는다. 다만 '퍼스트무버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주목한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 언더우드 역시 안 원장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한국이 지켜온 성공 방정식인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과감히 버리고,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기 위해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고 조언한다. 피터 언더우드는 연세대학교를 설립한 언더우드 가문의 4대손이자, 샌프란시스코 대학 MBA를 수료하고 한국에서 컨설팅 비즈니스를 하면서 수십 년간 살아온 '한국에 뿌리를 둔 서양인'이다. 그 역시 막막한 현실에 좌절하는 개인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대신,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3가지를 정확하게 짚는다. 첫째는 '교육'문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어온 교육의 본질은 '교육의 열기'였지만, 앞으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교육의 본질은 '교육의 내용'이다. 저자는 정답을 빨리 찾아내는 패스트 팔로어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는 '리더십'이다. 저자는 "한국에는 여전히 많은 왕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은 나라의 왕으로, 아버지는 가정의 왕으로, 기업의 오너는 기업이라는 넓은 제국을 다스리는 왕으로 군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앞사람의 발자국이 전혀 찍혀 있지 않은 눈 덮인 산길을 권위 하나에 의지해 나아갈 수는 없는 시대가 됐다. 아무도 모르는 세계를 걸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집단지성이 필요하며, 다수의 지성이 소수의 군림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을 인정해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셋째는 '나침반'이다. 저자는 "속도계를 버리고 나침반을 손에 쥐라"고 조언한다. 속도계가 아닌 나침반이 필요한 이유는 더 이상 속도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이 우리 주변에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 팔로어 시대에는 일단 빨리 수행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퍼스트 무버 시대에는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 훨씬 많아진다. 저자는 "앞으로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속도를 측정하는 속도계가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나침반"이라고 설명한다.
퍼스트무버/ 피터 언더우드 지음/황금사자/1만4000원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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