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물'에 대한 인류의 인식은 다양했다. 나일강의 범람을 다스려 4대 문명의 발생지로 찬란한 고대 문화를 꽃피운 이집트인에게는 홍수를, 삶에서 종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세례수를, 지표수에 석회 성분이 많아 피부병이 만연한 유럽인에게는 목욕할 물을 각각 떠올리게 했다.
이렇듯 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가지각색이지만 유사 이래 금수강산이라 불리며 맑고 깨끗한 물을 자랑해온 우리나라에서 물은 언제나 '물' 그 자체였다. 마시고, 밥을 짓고, 차를 끓이고, 약을 달이고, 병을 치료하기도 하며, 곡물을 키우는 등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삶의 근원이었다. 목마른 나그네는 마을 어귀에서 한 바가지 우물물로 사시사철 목마름을 해소했고, 한여름 동네 아이들은 실개천에서 멱을 감으며 천진하게 발장구를 쳤다.
그러나 인구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현상과 대규모 홍수의 증가 등으로 세계 각국은 물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물이 석유만큼이나 중요해지는 '블루골드(Blue Gold)'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물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선은 점차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한 가지로 화두로 집중되고 있다.
물시장의 선점 여부가 향후 국력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프랑스, 일본 등 물산업 선진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강국도 자국 내 물산업 육성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간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수돗물 품질과 서비스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해수담수화 등 일부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시장은 이미 인프라 구축 등이 거의 완료돼 시설 건설 및 기자재 등 관련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이미 성장의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향후 물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 진출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앞선 해외에서 물산업 최대 강국인 프랑스는 상하수도 서비스 국제표준(ISO/TC224) 제정을 주도하며 자국 내 기업의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했고, 일본은 앞선 기술력과 지자체 수도사업자들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물과 관련한 공적개발원조(ODA)를 강화하며 범정부 차원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막여과 및 지능형 상하수도 등 미래 기술력 확보에 힘쓰는 한편 각종 전시회, 세미나, 회의 등을 활성화시켜 우리의 기술력과 기업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사례로 올 9월 부산 국제물협회(International Water Association) 총회를 시작으로 2015년 세계 물포럼(World Water Forum)을 유치해 국내 물산업 기업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민관과 산학연이 합심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오는 19~2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 물산업 전시회인 '워터코리아(WATER KOREA)'에 해외정부 인사와 바이어들을 초청해 우리나라 물산업의 경쟁력을 알리고 민간 기업들의 실질적인 판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번 'WATER KOREA'의 성공적인 개최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되기를, 다가올 백 년 한국이 세계 초우량 물산업 강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는 것이 결코 허망한 꿈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 옛날 풍성한 생명을 가꾸던 우리 조상들의 맑은 정신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맑고 깨끗하게, 높이 넘실거리며 삼천리 금수강산 이곳저곳에 물산업 발전의 꿈을 실어 나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석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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