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네덜란드에서 유로를 포기하고 옛 자국 통화인 길더로 복귀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가 5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네덜란드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스 당수는 유로가 네덜란드 국민들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유로 포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우파 성향의 자유당은 의회 의석 6석을 확보하고 있는 소수 정당이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현재 여소야대 형태로 집권 연립정부 입장에서는 자유당 표도 아쉬운 형편이다.
빌더스 당수는 유로존이 현재 형태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런던 소재 컨설팅업체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보고서를 받아본 후 유로 포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부채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로존의 주요 국가들이 향후 4년간 2조4000억유로 이상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며 네덜란드는 유로 회원국으로서 매우 불리한 입장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빌더스는 "정치인들이 이 보고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은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라"고 요구하며 "네덜란드 국민들이 결정할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
빌더스는 또 "우리는 우리 가정과 국가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길더에 대해 예스"라고 주장했다.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유로존이 현재 형태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 부채를 유로본드에 포괄하는 형태의 재정통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유로존 국가들의 이탈이 잇따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리스의 경우 재정긴축 고통이 고문 수준이 되면 올해 하반기에 유로존 탈퇴 협상을 선택할 것이라며 이는 5월 프랑스 대선과 내년 독일 선거시즌이 시작되기 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포르투갈도 즉각 그리스를 따를 것이며 그 때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때쯤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경제는 현재 이행되고 있는 야만적인 긴축정책 때문에 매우 약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때는 유로존 핵심 국가들이 지난 2년간 회피하려 했던 것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선택은 부채 공유, 재정통합, 부채 이관 등의 유럽경제통화동맹(EMU) 통화 팽창 정책을 취하거나 아니면 유로 붕괴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긍정적으로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지중해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1조3000억유로의 비용이 들겠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부채 경감을 필요로 하게 되면 그 비용이 2조4000억유로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용도 2015년까지만 유로를 지키는데 드는 비용이며 실질적으로는 상당 규모의 부채가 상환되지 않을 것이며 해마다 지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유로 탈퇴가 쉽다며 통화 자유를 다시 획득하게 되면 이탈리아 경제는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스페인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7%에 달해 통제가 어려운데다 스페인 기업들이 해외 대규모 유로 부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스페인의 유로 탈퇴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네덜란드가 EMU 출범 후 스웨덴과 스위스 등 비 유로 국가들에 성장률이 뒤졌다고 지적했다. 유로 도입 후 네덜란드의 성장률이 1.25%였고 스웨덴과 스위스의 성장률은 각각 2.25%, 1.75%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웨덴과 스위스가 네덜란드나 독일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물가 상승률도 낮았으며, 균형잡힌 재정수지, 더 많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나은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빌더스는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보고서 내용은 미디어와 좌파 엘리트들이 매일 말했던 모든 것들과 반대되는 내용들이라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