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금융사 지원 햇살론 이용하세요. 선착순 접수이니 늦으시면 조기 마감됩니다 연 5.9%부터.' '**캐피탈, 정부정책 금리인하상품 출시. 200~5000만원/7.9% 신청 ARS접수중'
자녀의 학자금 문제로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별안간 날아온 휴대폰 대출 문자메시지에 솔깃해 700만원 가량의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출회사에서는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보증보험료가 필요하다며 보증료 55만원을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보증료를 입금한 후에도 대출이 되지 않아 업체에 전화를 해 보았지만 '그런 직원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대출사기의 한 유형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출사기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자나 전화를 통해 '낮은 금리에 대출해주겠다'며 서민들을 현혹, 대출수수료만 챙겨 잠적하는 대출사기 피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출사기 피해액은 2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5%나 급증했다.
이처럼 금융범죄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이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신용도가 높은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을 죄자, 비교적 신용도가 높았던 고객들이 저신용 금융기관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원래부터 저신용이었던 고객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 고금리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또 조만간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국내 1ㆍ2위 대부업체가 영업정지될 예정이어서 서민들의 자금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기범은 저신용 고객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 교묘한 방법으로 대출사기를 저지르고 있는 것.
금융당국은 이를 알면서도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규제 강화가 사기 금액을 키우는 데 작용을 했는지 안 했는지 통계적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심증은 간다"며 "거래하던 금융기관에서 더 이상 대출을 해 주지 않겠다고 통보받았는데, 어디선가 문자메세지가 날아와 3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면 현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에 열을 올리던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이 소비자 위주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각 금융권 협회들과 손잡고 금융사기를 막기 위한 소비자 교육을 대폭 늘리는 한편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피해자 구제를 위한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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