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국 네트워크 확보, 무게중심 세계로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과의 물리적 결합을 마무리한 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외환은행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을 끝으로 장장 6년여 이상 기다려온 꿈을 성사시킨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금융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370조원에 가까운 총자산을 보유하게 돼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외환은행의 강점인 기업 및 국제금융과 하나금융의 장점인 소매금융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1+1=2'가 아니라 3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국내 1위 자리 가시권 = '작지만 좋은 은행'(1997년 캐치프레이즈)이었던 하나금융은 김승유 회장의 리더십으로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며 금융권 '빅4 시대'를 열었다. 또 2005년에는 대한투자신탁증권(현 하나대투증권)을 인수하고 금융지주 체제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다른 3개 금융그룹과는 총자산 규모에서 100조원 가까이 격차가 있었다. 하나금융의 인수합병(M&A)이 간절했던 이유다. 2006년부터 3차례나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으나 하나금융은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뚝심은 마침내 빛을 발했다. 2010년11월 외환은행 인수 재추진을 선언하고 밀어붙인 덕에 결국 한국 금융사를 다시 쓰게 된 것.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외환은행의 129조6000억원을 합쳐 총자산 366조5000억원으로 1위인 우리금융그룹(372조4000억원)의 자리를 위협하게 됐다.
◇하나 '프라이빗' + 외환 '글로벌'로 시너지 극대화 = 김 회장은 그동안 "하나은행은 프라이빗 등 소매 금융 분야에서, 외환은행은 글로벌 등 기업 금융 분야에서 각각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왔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가계금융, PB, 자산관리, 증권 부문에 강점이 있는 하나금융과 기업금융, 수출입 금융, FX, 해외영업 등에 특화된 외환은행의 결합은 그야말로 최적의 조합이라는 것. 서로 중복되는 부분이 적어 영업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이유로 김 회장도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로 경쟁을 통해 시너지를 살리는 구도를 밝히고 있다.
두 은행을 더하면 지점수는 1012개(하나은행 654개, 외환은행 358개)로 KB국민은행(116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진다. 또 소매금융 분야에서는 PB영업부문 1위, 가계대출 2위로 올라서게 된다. 기업금융에서는 무역금융 1위, 대기업대출과 외화대출은 2위에 오르게 된다.
◇'아시아 금융벨트'를 전 세계 금융 네트워크로 = 외환은행 인수로 '아시아 금융벨트'를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로 확장한다는 하나금융의 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해외자산은 총 36조원으로 우리은행(22조원) 신한은행(19조원) 등을 따돌리고 국내 1위다. 또 국내 최대인 총 22개국, 36개 지역에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네트워크와 하나금융의 성공적인 현지화 모델의 결합, 그리고 국제영업 전문인력과 현지 인력의 결합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 회장은 "그룹차원 글로벌 사업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현지화, 인지도 제고에도 주력할 것"이라면서 "특히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며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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