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날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2000선 아래로 밀렸다. 기관의 매도 공세에 그간 적극적인 매수로 하락을 방어해왔던 외국인 역시 9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지수는 1% 이상 후퇴했다.
17일 '랠리 지속' 여부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외국인이 숨고르기를 이어가면서 주춤할 수는 있으나 상승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가 하면 만만찮은 지수대에 올라섰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랠리 휴지기를 만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간밤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예상치를 웃돈 미국 경제지표 발표에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합의 기대감이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고조됐다. 다우지수는 0.96% 올랐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1.10%, 1.51% 뛰었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이번달은 2003년 8월과 2009년 6월의 조합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3년 8월의 사례와는 주도주가 삼성전자로 일치한다는 점, 2009년 6월과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점에서 유사하다. 2001년 12월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외국인의 월간 주식 순매도 전환시 랠리는 지속될 수 있으나 결국 지수는 급락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 상승 추세 진입에 따른 단기 지수 조정시 주식 비중 확대 전략을 추천한다. 과거 사례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단기적으로는 지수의 상승 탄력 둔화 또는 기술적 부담감에 따른 반락 가능성이 있다. 지수의 단기 조정이 가시화될 경우 20일선이 위치한 1970선이 1차 지지선, 직전 박스권의 상단인 1930선이 2차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중기적인 관점에서는 6개월 내 지수의 추가적인 상승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다.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6개월내 지수 상승 목표치를 산출할 경우 2003년 8월 사례의 가장 낮은 상승률(16.4%)을 적용한 목표치는 2300선 수준이다. 즉 아직 주식 비중을 축소할 시점이 아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 2000선은 만만한 레벨이 아니다. 2000선을 넘나들어 본 경험이 꽤나 있다고는 하지만 그 이후에도 도전은 언제나 만만치가 않았다. 어쩌면 밸류에이션이라는 심리적 한계가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보면 12개월 주가수익비율이 9.1배 수준이다. 지난 해 10배 정도까지 올랐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면 상승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익이 변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상승 폭에 대한 한계를 느끼는 것 같다.
이익 증가율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이 오른 이후, 후유증을 앓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경계감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를 이겨낼 방법은 유동성 밖에 없는데 유동성을 유인할만한 재료가 없다는 한계가 느껴지는 상황이다. 유동성 장세라는 것은 상승에 대한 뚜렷한 이유가 불분명할 때 후행적으로 상승을 설명하는데 쓰는 표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1월부터 나타난 상승세도 어쩌면 릴리프 랠리를 동반한 유동성 장세라는 표현을 쓰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울듯이 유동성 장세로 끌어 올려진 이후에는 휴지기에 들어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1분기 중반이지만 아직 아웃소싱을 제외한 주요 연기금의 자금 집행은 본격적이지 않다. 지난해 12조7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던 연기금 투자자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95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하며 본격적인 자금집행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 연기금은 올해 목표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기금 전체적으로는 6조원 가량의 매수 여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 순매도는 지수 상승에 따른 일부 차익실현 및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연기금이 연초 이후 1조원 가까이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순매수 업종 수익률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은 연초 이후 지난 13일까지 화학, 조선, 에너지, 기계 업종에 대해 전체 순매수 금액의 80%를 집중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현대중공업, LG화학, SK이노베이션, LG전자, 삼성중공업, S-Oil,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순이며, 이 중 해당 종목의 밸류에이션 및 여타 투자자의 수급 상황을 고려해 현대중공업, LG화학,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김유리 기자 yr6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