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SBS 밤 11시 10분
초창기 <자기야>가 흥미로웠던 것은 이 프로그램이 공감대 형성에서 출발해 결국 해결을 도모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고정된 패널들은 새로 출연한 부부들에게 보다 자연스러운 조언을 하기 위해 캐릭터를 운용했고, 방송은 전문가를 등장시키는 등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 했다. 그러나 더 이상 해결해야 할 문제도, 상담이 필요한 연예인 부부도 찾을 수 없게 되었는지 방송은 본래의 의도를 잃었다. 아나운서 김성주 부부를 초대해 이들의 연애담을 일방적으로 들었던 지난 주 방송이 일련의 주부대상 아침 프로그램의 답습이었다면, 아내를 대동한 신해철과 자우림의 구태훈을 출연시킨 이번 주 방송은 아침 프로그램이 SBS <강심장>을 차용한 나쁜 예에 해당되는 시간이었다. 목적 없이 출연자들의 신변잡기가 나열 되었을 뿐, 방송은 한 시간 내내 산만하고 일방적이었으니 말이다.
이날의 중요 패널로 설정된 신해철 부부는 아내의 성형과 남편의 다이어트라는 키워드를 발제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패널들은 중구난방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에 바빴다. 약과 사진을 들고 “그건 약과입니다!”라는 문장을 외치는 것으로 맥락 없음을 극복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차라리 자포자기에 가까워 보였으며, 고정 패널격인 이봉원이 이야기의 흐름을 가져가 버리는 구도는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삶의 진실과 연륜의 지혜는 고이기도 전에 증발해 버렸고, 진행자들은 대표성을 상실한 패널들의 이야기를 일반의 것으로 연결시킬 균형 감각을 좀처럼 찾지 못한다. 그래서 노골적이고 수다스러운 특징만 남은 이 프로그램이 더 이상 출연진을 울리지도 못하고, 시청자를 몰입시키지도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한때 무대 위의 오빠들이 야식을 몰래 먹는 것으로 아내들에게 꾸중 듣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으로 눈물을 흘린 시청자 일군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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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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