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여비서 연봉 5억일 수도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밤(현지시간) 의회에서 국정연설할 때 방청석에 초대 받은 인물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여비서인 데비 보사네크다.
백악관은 전통적으로 대통령 연두 국정연설에 대통령 부인이 초청한 특별 방청객 명단을 발표한다. 특별 방청객은 대통령 부인과 나란히 앉아 국정연설을 듣는다. 초청 방청객 리스트에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포함된다.
정확한 나이도 알려지지 않은 채 50대 중반으로만 추정되는 보사네크는 20년 동안 버핏의 비서로 일해왔다.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은 "버핏의 비서에게 버핏보다 높은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자 증세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후 보사네크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버핏은 25일 ABC 방송에서 보사네크와 공동 회견을 갖고 "보사네크가 나처럼 열심히 일하는데 그의 세율은 내 두 배를 웃돈다"며 세제의 불합리성을 또 꼬집었다. 이에 보사네크도 자신의 소득세율이 35.8%라며 "우리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버핏보다 높은 세율의 세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채 입이 무거운 '문지기'로만 알려졌던 보사네크는 과연 연간 얼마를 버는 걸까.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25일 미 국세청(IRS) 자료에 나타난 조정총소득(총소득에서 공제 항목을 뺀 것) 세율을 기준으로 베일에 가려진 보사네크의 소득을 추정해봤다.
이에 따르면 보사네크는 그의 보스인 버핏과 달리 주식 배당 소득, 이자 같은 자본소득이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보사네크에게 부과된 세율이 높다면 이는 남편의 소득 탓일 수 있다는 게 포브스의 설명이다.
IRS의 최신 자료인 2009년 데이터를 보면 연간 조정총소득이 10만~20만 달러일 경우 부과 세율은 평균 12%다. 버핏처럼 주요 돈줄이 자본소득일 경우 세율은 15%다. 버핏보다 적은 세율로 소득세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보사네크에게 부과된 세율이 버핏에게 부과된 것보다 높다니 보사네크의 소득은 20만 달러가 넘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조정총소득이 20만~50만 달러(약 2억2400만 원~5억6100만 원)면 평균 세율은 19%다. 따라서 버핏은 보사네크에게 2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IRS의 자료는 평균 값이니 보사네크가 연간 최고 50만 달러를 받는다고 볼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의 주요 인물인 버핏을 보좌하는 비서가 연봉으로 50만 달러 이상 받는다고 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포브스는 세제에서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며 중산층의 상징으로 보사네크를 내세운 것은 무리라고 꼬집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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